|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 두 팀(수원, 포항)은 탈락하고, 두 팀은 생존했다. 16강에 오른 팀은 서울과 전북이다.
두 팀의 만남, 설명이 필요없다. 전쟁이다. 자존심이 걸렸다. 스토리가 넘친다. 변수도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이동국과 데얀
이동국은 지난해 개막전에서 프로축구 개인 통산 최다골을 달성했다. 기록은 여전히 유효하다. 통산 144호골을 터트렸다. 2007년 K-리그에 발을 들여놓은 데얀은 지난해 골역사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31골을 터트리며 2003년 김도훈(강원 코치·28골)이 세운 K-리그 한 시즌 통산 최다골을 9년 만에 갈아치웠다. 최단기간 100호골, 외국인 선수 통산 최다골, 외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골도 그의 기록이다. 2011년 득점왕(24골)에 오른 그는 K-리그 사상 첫 2년 연속 득점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처음으로 K-리그 MVP(최우수선수)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올시즌 클래식에선 이동국이 3골, 데얀이 6골을 터트렸다. 이동국은 지난달 27일 포항전(1대1 무)에서 약 한 달간의 침묵을 깨고 동점골을 넣었다. 데얀은 최근 2경기에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경기 연속골(2득점)과 도움(3개)을 올렸다.
최근 맞대결에선 이동국이 박빙 우세하다. 이동국은 2011년 1골-1도움에 이어 지난해 2골을 터트렸다. 데얀은 2011년 3골을 넣었지만 지난해에는 부진했다. 둘의 발끝에 팀 운명도 걸렸다.
두 사령탑은 신분이 다르다. 대행을 거친 최용수 서울 감독은 지난해 꼬리표를 뗐다. 감독 첫 해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정상에 섰다. 파비오 전북 감독대행은 시한부 사령탑이다. 벤치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린다. 최 감독과 파비오 대행은 모두 공격지향적이다. 전북은 '닥공(닥치고 공격)', 서울은 '무공해(무조건 공격)'가 트레이드 마크다. 서울은 9위에도 불구하고 14개팀 가운데 최다 득점(17골)을 자랑하고 있다. 전북도 14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어떤 전술을 꺼내들지는 안갯속이다. 정면 충돌이냐, 회피기동이냐는 선택의 문제다. 변수와 연결돼 있다. 서울은 원정길이란 점이 부담이다. 반면 전북은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다. 광저우와 ACL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 전북은 2일 귀국했다. 총력전을 펼쳤다. 서울도 태국의 부리람과 격돌했지만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어 사실상 2군을 투입했다. 전북전에 대비, 주축 선수들을 쉬게 했다. 두 팀 모두 공격이 강한 반면 수비에 허점이 있다. 후방을 무시할 수 없다. 두 사령탑의 똑같은 고민이다.
징크스의 역학 관계
흥미로운 점이 있다. 서울은 전북에 강하다. 7경기 연속 무패(4승3무)를 기록 중이다. 전북 원정에서도 4경기 연속 무패(1승3무)다. 지난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두 차례의 대결에서 각각 0대0, 1대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징크스는 깨지기 마련이지만 전북으로선 찜찜하다. 전북은 먹이사슬 구도를 탈피해야 하고, 서울은 사수해야 한다.
이동국과 데얀 외에 포지션간의 경쟁 구도도 재밌다. 전북 에닝요와 레오나르도, 서울 아디와 차두리의 창과 방패 대결은 별미다. 서울 하대성 고명진과 전북의 김정우 정 혁의 중원 전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인환 임유환 최은성(이상 전북)과 김진규 김주영 김용대(이상 서울)의 수비 대결도 뜨겁다.
두 팀의 빅뱅은 '클래식 결승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운명의 시간이 임박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