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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는 축구에서도 빛났던 클롭 감독의 용병술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5-01 09:38 | 최종수정 2013-05-01 09:38


사진 캡처=도르트문트 공식 홈페이지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이었지만 이날 만큼은 뛰고 또 뛰었다. 조제 무리뉴 감독이 '너무 조용하다'고 했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응원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행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러나 결국 기적은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1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도르트문트에 2대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겼지만 졌다. 한골이 모자랐다. 레알 마드리드는 1차전 1대4 완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1, 2차전 합계 3대4로 결승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전반 초반 기회를 잇달아 놓친 것이 뼈아팠다. 3-0 이상으로 이겨야하는 부담감과 조급함이 컸다. 호날두, 이과인이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번 날렸다. 경기 종료 10분전에서야 골맛을 보며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후반 37분 외질의 크로스를 벤제마가 밀어넣었고, 후반 42분 라모스가 추가골을 터뜨렸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대역전극'을 쓰기엔 불이 너무 늦게 붙었다.

특히 호날두가 침묵한 것은 아쉬웠다. 호날두는 허벅지 부상으로 주말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마드리드 더비'에 출전하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에이스' 호날두의 컨디션 회복을 위해 사활을 걸었지만, 역시 정상적인 몸놀림이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든 골을 만들어내는 그만의 결정력이 결정적인 순간 침묵했다. 호날두는 빠른 발을 이용해 도르트문트의 뒷공간을 흔들었지만, 득점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비록 2실점을 했지만 도르트문트의 영리한 수비는 돋보였다. 위르겐 클롭 감독의 지략이 빛이 났다고 하는게 더 좋은 표현일 듯 하다. 도르트문트는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하며 1차전 대승의 우위를 확실히 노렸다. 경기 초반 안정된 경기 운영으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주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도르트문트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중원에서 강하게 맞받아쳤다. 특히 호날두를 묶기 위한 수비형 미드필더 귄도관과 벤더의 역할이 돋보였다. 중앙 수비수 수보티치와 훔멜스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뚫어내며 바로 커버플레이에 들어갔다. 호날두에게 공간 자체를 주지 않겠다는 전략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오프사이드 전략을 쓰며 마음 급한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들의 맥을 끊는데 성공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에만 5개의 오프사이드를 범하며 스스로 자멸했다.

그렇다고 도르트문트가 수비만 한 것은 아니다. 적절한 역습으로 레알 마드리드가 파상공세를 펼칠 수 없게 했다. 레반도프스키와 로이스는 공격에 전념하며 레알 마드리드 수비가 전진하지 못하게 했다. 특히 괴체 부상 이후 창의적 역할을 혼자 맡게 된 로이스는 자신의 장기인 스피드를 이용해 레알 마드리드의 뒷공간을 집요하게 노렸다. 클롭 감독은 지키는 축구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 많이 뛰지만 효율적이게, 공격적이면서도 수비적이었던 도르트문트의 축구는 2차전에서도 빛났다. 그 중심에는 클롭 감독이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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