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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에서 '무패행진' 중인 포항 스틸러스와 올시즌 더블(리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을 노리는 전북 현대가 9라운드에서 시즌 첫 맞대결을 펼쳤다.
3~4일 뒤 열리는 ACL 최종전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두 팀 모두 '플랜 B 카드'를 꺼내들 것이 유력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맞불 작전을 놓았다. 파비오 전북 감독대행은 코뼈에 금이간 정인환과 종아리 근육 부상을 한 김정우까지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부상 중인 서상민 권순태와 경고 누적으로 나설 수 없는 정 혁을 제외하고 주전 선수들을 모두 투입시켰다. 포항 역시 경고 누적으로 나설수 없는 신광훈을 제외한 베스트 11을 가동했다. ACL 최종전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리그 성적도 무시할 수 없다는 두 사령탑의 생각이 일치했다. 황 감독은 "고민 없이 베스트로 나왔다. 오늘 진검 승부다. 하나만 취하고 다른 것을 포기하는 것은 없다. 전북과의 대결은 자존심 문제도 있다"고 했다. 파비오 감독대행 역시 "K-리그 경기가 많이 남았지만 선두와 승점차가 벌어지면 추격하기 힘들다"고 했다. 다른 이유도 있다. 황 감독은 "ACL에서 한 경기 패한 것은 타격이 없지만 연패를 하면 문제가 생긴다"면서 승리를 다짐했다. 파비오 감독 대행은 "최근 리그 경기에서 2패를 당해 승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덧붙였다. 강약 조절은 없었다. 포항과 전북의 '진검승부'는 이렇게 시작됐다.
수중전 변수, 측면을 지배하라
에닝요 투입이 가져온 효과
포항은 전반 11분 김대호의 크로스를 고무열이 헤딩으로 연결하며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이후 좀처럼 공격 기회를 얻지 못했다. 만회골을 넣기 위해 전북이 '닥공(닥치고 공격)'을 강화하면서 포항은 수비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다. 좀처럼 만회골이 터지지 않자 파비오 감독대행은 교체카드를 썼다. 무릎이 좋지 않던 에닝요와 케빈을 투입해 측면과 중앙 공격을 동시에 강화했다. 적중했다. 후반 26분, 동점골이 터졌다. 에닝요가 오른 측면 돌파를 시도한 뒤 반박자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이동국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포항의 골망을 갈랐다. 측면 공격을 줄기차게 노렸던 전북의 공격 카드가 적중한 순간이다. 더이상 추가 골은 없었다. 포항과 전북의 진검승부는 1대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경기후 두 감독은 승부를 내지 못한 것을 크게 아쉬워했다. 파비오 감독대행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무승부가 아쉽다. 포항은 승리나 다름없는 무승부를 따냈다"고 평가했다. 반면 에닝요와 케빈의 투입 효과에 대해서는 "측면 공격 강화를 노린게 적중했다. 이동국이 최전방에서 고립됐다. 중앙 수비 분산을 위해 케빈을 투입했고 효과를 봤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은 "승기를 잡았는데 후반에 실점한 것이 아쉽다. 전반에는 촘촘한 수비를, 후반에는 전진 압박을 시도했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오면서 전북에 유리한 경기가 진행됐다"고 총평했다. 이 후 두 사령탑은 입을 모았다. "이제 ACL 최종전을 고민하겠다." 자존심을 건 맞대결 앞에서 ACL 최종전은 머릿속에서 아예 지웠던 두 감독이다. 포항-전북전은 말 그대로 진검승부였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