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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정인환(전북)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전북 이적설이 터져나왔다. 인천 서포터들이 들고 일어났다. 인천 구단주인 송영길 인천 시장까지 정인환의 이적에 제동을 걸었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정인환 이적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인천 구단은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정인환이 이적한다면 막대한 이적료 수입이 생긴다. 재정이 열악한 시도민구단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돈이었다.
인천전이라는 말에 정인환은 얼굴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설렌다. 빨리 뛰고 싶다. 인천 선수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인환에게 인천은 특별한 존재다. 정인환은 2006년 전북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2시즌 동안 23경기에 나서는데 그쳤다. 2008년 전남으로 이적했다. 부상에 허덕였다. 축구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2011년 인천에서 이적 제의가 왔다. 마지막으로 1년만 뛰어보기로 했다. 허정무 감독과 김봉길 감독 밑에서 축구에 눈을 떴다. 일취월장하며 주전자리를 차지했다. 2011년 24경기, 2012년에는 38경기에 출전했다. 공격포인트도 기록했다. 주장 완장도 찼다. K-리그 클래식 올스타에 뽑혔다. 연말에는 K-리그 클래식 베스트11이 됐다. 태극마크를 달고 A대표팀에도 승선했다. 모든 것이 인천에서의 성장 때문이었다. 정인환은 "지금까지 축구 인생에서 인천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인천은 지금의 나를 만든 팀이다. 경기가 끝나고 인천 서포터들에게 인사를 하러 갈 것이다. 인천을 여전히 사랑하는 내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세리머니는 없다
인천전을 앞두고 정인환에게 고민이 하나 생겼다. 바로 골세리머니다. 수비수인 정인환은 골을 많이 넣는 선수가 아니다. 지난 시즌 4골을 넣은 것이 최고다. 골만 넣으면 몸속에 엔돌핀이 돈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멋진 세리머니를 펼치곤 했다. 그래도 인천전에서는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자신을 있게 한 친정팀에 대한 예의를 지킬 참이다. 정인환은 "별다른 세리머니는 없다. 아마도 울컥해서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 말을 하는 순간 정인환의 눈동자에도 살짝 물기가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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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정인환은 출발이 좋다. 3월 16일 경남전과 4월 17일 대구전을 제외한 전북의 모든 경기에 출전했다. K-리그 클래식 5경기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경기에 나섰다. 전북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키우고 있다. 인천에 있을 때는 볼을 걷어내는 것에 주력했다.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내려섰기 때문에 수비하기가 편했다. 하지만 전북은 다르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위로 올라선다. 수비할 때 상대 공격수들과 경합을 펼치는 상황이 인천 시절보다 더 많다. 자신이 수비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으면 바로 실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집중력이 필요하다. 공격 전개도 신경써야 한다. 최전방에 있는 이동국이나 플레이메이커인 에닝요에게 잘 연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목표는 ACL 우승이다. 2006년 전북에 있을 때 ACL 우승을 경험한 적은 있다. 하지만 당시 정인환은 주전 수비수가 아니었다. 이번만큼은 자신의 손으로 우승트로피를 들고 싶다. 현재 전북은 ACL F조에서 2위를 달리면서 순항하고 있다. 정인환은 "우승 기회는 자주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지금 팀전력이 좋다. K-리그 클래식과 FA컵도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ACL은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표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출전이다. 최근 정인환은 A대표팀의 주축 수비수로 급성장중이다. 2월 크로아티아와의 친선경기(영국 런던, 0대4 패배)에 출전했다. 3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는 90분 풀타임 출전했다. 2대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제 A대표팀의 운명을 가를 6월 3연전이 남아있다. 정인환은 "다시 A대표팀에 뽑힐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에 뽑히게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도 뛰고 싶은 것이 소망이다"고 말했다.
전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