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전이라고 선발 출전 시킨 것은 아니다."(김봉길 인천 감독)
"기분이 묘하다. 공격포인트는 다른 팀을 상대로 기록했으면 좋겠다."(하석주 전남 감독)
얄궂은 운명이다. 상대가 하필 전남이었다. 이천수는 2009년 전남에서 코칭스태프와의 갈등으로 팀을 무단 이탈했다. 임의탈퇴의 철퇴가 내려졌다. 해외무대를 전전하던 그는 지난 1년간 무적신세로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다. 전남이 2013년, 대승적인 차원에서 임이탈퇴를 철회했고 이천수의 그라운드 복귀가 성사됐다. 지난 3월 31일 대전전에서 교체출전으로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2009년 6월 20일 전북전 이후 1381일 만에 감격스러운 복귀전을 치렀다. 이후 포항전에서 25분을 소화한 뒤 세 번째 경기만에 선발로 나서며 복귀 후 가장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보냈다.
경기전부터 화제의 중심은 역시 이천수의 선발 출격이었다. 경기전 만난 김봉길 인천 감독과 하석주 전남 감독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김 감독은 "첫 선발로 나가서 체력적인면을 테스트하고 싶다. 본인을 믿고 내보냈다. 상대가 전남이라서 선발로 넣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2009년 전남의 코치로 이천수의 만행(?)을 지켜봤던 하 감독은 먼저 덕담을 건넸다. "옛날 일은 옛날 일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축구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축구인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한 때 제자였지만 이제 자신에게 창을 겨루게 된 이천수를 경계하는 모습이 여력했다. 그는 "외국에서도 친정팀을 상대할 때 세리머니는 자제하더라. 전남 구단에서 (임의탈퇴를) 풀어줬으니 혹시 골을 넣더라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본인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왼쪽 날개로 포진한 이천수는 그라운드를 넓게 활용했다. 최전방 공격수 디오고, 오른쪽 날개 한교원과 수시로 포지션을 바꿔가며 공격 진영을 부지런히 뛰어 다녔다. 아직 100%의 체력은 아니었지만 김 감독이 모든 세트피스를 믿고 맡길 정도로 킥 감각은 여전했다. 전반 23분과 후반 15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자신이 얻어낸 프리킥을 두 차례나 직접 슈팅으로 연결했다. 날카롭게 휜 프리킥은 크로스바를 살짝 넘겨 인천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도움을 기록할 기회도 있었다. 한교원과 남준재의 헤딩 슈팅이 모두 골키퍼의 품에 안겼지만 후반 19분과 20분에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날카로운 크로스로 득점 찬스를 만들기도했다. 현란한 드리블도 명불허전이었다. 후반 30분 이후 수 차례 수비진을 농락하는 드리블을 선보여 인천 축구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하 감독의 우려와 달리 이천수는 세리머니를 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인천과 전남은 90분동안 헛심 공방을 펼치며 0대0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인천은 승점 12(3승3무1패)를 기록하며 순위를 3위로 한 계단 끌어올리는데 만족해야했다.
한편, 포항은 같은날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가진 강원과의 클래식 7라운드에서 2도움을 기록한 황진성의 맹활약에 힘입어 3대0으로 이겼다. 앞선 두 경기서 연속 무승부에 그쳤던 포항은 이날 승리로 클래식 무패 행진을 7경기(4승3무)로 늘렸다. 승점은 15점이 되면서 이날 경기를 치르지 않은 수원 삼성(승점 13)을 밀어내고 1위로 복귀했다. 강원은 포항에 완패하면서 꼴찌 탈출에 실패했다. 무승은 7경기(3무4패)로 늘어났다.
강릉=박상경 기자 인천=하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