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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과 수원이 30일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었다. '마음가짐'의 차이가 컸다. 수원은 승리가 절실했다. 2008년 이후 5년간 전북에 이기지 못했다. 5무7패였다. 서정원 감독은 징크스 타파를 외쳤다. 지금까지의 팀 상황을 봐서도 수원은 승리해야만 했다. 3라운드 포항과의 홈경기(17일)에서 0대2로 패배했다. 수원은 골대만 4번 때렸다. 전북전마저 지면 팀분위기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희생정신을 가지고 한 발 더 뛰어달라고 독려했다. 선수들은 서 감독의 말을 따랐다. 훈련 때부터 움직임을 한 발 더 가져갔다.
[공략전술]팀 vs 개인
수원은 선발 명단에 변화를 주었다. 팀 공격의 시발점인 김두현이 부상으로 뛸 수 없었다. 대체 선수를 놓고 고민했다. 공격력과 기술이 좋은 이현웅과 조지훈을 배제했다. 박현범과 오장은을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투입했다. 수비력과 밸런스 조율 능력이 뛰어난 베테랑들이었다. 중앙 수비수 곽희주의 짝으로 곽강선을 투입했다. 발이 느린 보스나를 빼면서 뒷공간 노출의 가능성을 최대한 없앴다. 서 감독은 '컴팩트'를 강조했다. 최전방과 최후방의 폭을 최대한 좁혔다. 경기 시작 전 서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 네 명(박현범 오장은 곽희주 곽광선)을 따로 불렀다. "너희가 팀의 중심이다. 전북의 중앙 공략을 허용하지 마라. 너희가 우리 팀의 밸런스를 잡아주어야 한다. 성급하게 덤비지 말고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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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31분 코너킥 상황에서 곽희주가 헤딩골을 넣었다. 하프타임 양 팀 라커룸의 분위기는 너무 달랐다. 기선을 제압한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대로만 하자"고 격려했다. 이어 중앙을 강화하고 집중력을 요구했다. "경기의 성패는 중앙에서 갈린다. 또 상대는 이제 정신이 없다. 최전방에서부터 압박하자"고 강조했다. 경기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다. 선수들도 서 감독의 주문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잘 되어가고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파비오 감독 대행은 초조했다.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원의 중앙은 열리지 않았다. 여기에 수원에게 한 방 얻어맞았다. 하프타임 대책은 지엽적인 것에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우선 드러난 문제점부터 손을 댔다. 파비오 감독 대행은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맨투맨 수비 체크를 확실하게 하라"고 했다. 이어 "공격수들은 조금 더 다양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공략하라"고 주문했다. 근본 대책이 아니었다. 1점이 지고 있던 상황, 그동안 쌓아온 절대 우세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부른 판단미스였다. 전반내내 뚫리지 않았던 중앙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었다.
[승부처]정대세 vs 이동국
후반 12분, 경기는 갈렸다. 전반 17분 쇄골을 다친 조동건을 대신해 교체투입된 정대세가 주인공이었다. 서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정대세는 하프라인 근방에서 정 혁의 드리블 돌파를 슬라이딩 태클로 저지했다. 볼을 따낸 정대세는 최종수비수 뒷공간으로 치고 들어가는 서정진에게 패스했다. 서정진은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서 감독은 "겨울 전지훈련에서부터 계속 선수들에게 요구했던 부분(최전방 압박에 이은 뒷공간 연결)이었다. 드디어 실전에서 나왔다"고 기뻐했다.
전북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케빈과 레오나르도, 송제헌 등 공격수들을 연거푸 투입했다. 파상공세를 펼쳤다. 후반 37분 이동국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2대1로 쫓아갔다. 이동국의 분전에 전북은 분위기를 잡았다. 하지만 수원의 거센 저항을 넘어서지 못했다. 수원은 팀 전체가 하나된 수비로 나섰다. 전북은 이동국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움직임이 너무 없었다. 파비오 감독 대행은 "볼점유율에서 높았지만 볼처리가 너무 느렸다"고 아쉬워했다. 서 감독은 "경기 막판까지 흔들리지 않고 공격 허리 수비 3선을 컴팩트하게 가져간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다"고 평가했다.
이 건 하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