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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묘하게 엇갈렸다. 서로의 존재는 컸지만 만난 적이 없었다. 서로의 활약을 지켜보기만 했다. 이제 드디어 첫 만남을 갖는다. 남과 북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이 이동국(33·전북)과 정대세(29·수원)가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처음으로 격돌한다.
정대세는 자이니치(재일한국인)다. 한국 국적이지만 북한 A대표팀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브라질과의 경기 시작 직전 눈물을 흘렸다.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 국적자이자 북한의 대표 스트라이커로 서 있는 자신의 운명을 눈물 속에 담았다. 많은 이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정대세는 2년간의 독일 생활을 접고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수원으로 왔다. 남다른 피지컬을 자랑하다. 야생의 피가 넘친다. '인민루니'라는 별명처럼 저돌적인 플레이가 일품이다. 강원과의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홈경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전반 44분만을 뛰었지만 스크린 플레이와 남다른 파워를 선보였다. 강원 중앙 수비수들을 그라운드 위에서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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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표팀에서도 둘은 만나지 못했다. 정대세는 2008년 2월 20일 동아시아대회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상대했다. 이후 2008년과 2009년까지 열린 한국과의 4차례의 경기(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2경기, 최종예선 2경기)에 모두 나섰다. 하지만 그 때 이동국은 A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외나무 다리
첫 만남이 외나무 다리 위에서 이루어졌다. 우선 둘 다 골이 필요하다. 이동국은 올 시즌 3경기에서 나서 1골 밖에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도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는 선발 자리도 놓쳤다. 수원전에서 골을 기록하는 것으로 부진을 떨쳐낼 생각이다. 팀도 이동국의 골이 필요하다. 현재 전북은 2승1무로 패배가 없다. 수원전 승리로 선주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생각이다.
정대세 역시 아직 골이 없다. 강원전에서는 골대를 맞추기도 했다.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15골을 목표로 내세웠다. 자신의 말을 실현하려면 전북전에서 골이 필요하다. 25일 경희대와의 연습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슈팅 감각을 조율했다. 수원 역시 정대세의 골이 필요하다. 징크스 타파를 위해서다. 수원은 2008년 9월 27일 이후 전북과의 12경기에서 승리가 없다. 5무 7패로 절대 열세다. 정대세에게 징크스 타파의 골을 기대하고 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