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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호를 벼랑 끝에서 건져낸 천금같은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그동안 A대표팀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한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9골을 터뜨리면서 프로 3년차에 명문 함부르크의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공간을 가리지 않는 골 결정력과 탁월한 스피드 등 팀 내에서 팔방미인 역할을 했다. 손흥민을 잡기위해 유럽 명문클럽들이 뛰어들었다. 거론된 클럽만 해도 맨유, 첼시, 토트넘, 인터밀란 등 5~6개에 달한다. 예상 몸값만 해도 1000만파운드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A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졌다. 발은 무뎠고, 득점은 도통 터질 줄 몰랐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아시아무대에서는 손흥민의 특성을 살리기 힘들다. 한국과 경기를 하는 아시아팀들은 홈, 원정 가리지 않고 골문 앞에서 밀집수비를 하기 때문"이라며 세밀한 플레이를 보완해야 할 약점으로 꼽았다.
카타르전을 앞두고도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 2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가진 자체 연습경기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생애 13번째 A매치인 카타르전도 우울하게 막을 내리는 듯 했다.
최 감독은 후반 35분 이근호 대신 손흥민을 투입 시키면서 승부수를 걸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공격라인에는 김신욱(울산) 이동국(전북) 이청용(볼턴) 등 많은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러나 후반 19분 카타르에 동점골을 내준 뒤 답답하게 전개되던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어 줄 만한 선수가 필요했다. 해답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밟은 직후부터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카타르 수비진을 흔들었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뛰면서 공격 상황에 관여했다. 카타르의 침대축구 속에 좀처럼 활로가 뚫리지 않았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노력의 결실은 결승골로 귀결됐다. 이동국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오자 문전으로 쇄도하면서 득점을 성공시켰다. 상암벌이 들썩였고, 카타르는 망연자실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