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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가 두려워 한것은 한국의 전력도, 강추위도 아니었다. 경기까지 단 이틀 밖에 주어지지 않은 시간, 즉 시차와의 전쟁이었다.
기자회견 시간을 오후 8시로 변경해달라고 대한축구협회에 요청했던 카타르는 시간 변경이 불가능해지자 감독만 기자회견장에 보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 하루 전 감독과 선수 한 명이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그러나 카타르측은 FIFA가 추후 조사를 통해 징계를 내리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또 오후 4시에 훈련을 진행한 최강희호와 달리 훈련 시간을 오후 8시로 정했다.
한국전에 대비하는 카타르의 불가피한 전략이다. 보통 원정 경기를 앞두고 4~5일 전에 입국해 시차 적응을 하면서 경기에 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난 22일 바레인과 2015년 호주 아시안컵 D조 예선을 치른 카타르 선수들은 따로 휴식을 취할 시간도 없이 24일 오후 1시에 한국에 왔다. 선수들은 곧장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호텔로 이동, 휴식을 취했다. 첫날에는 웨이트 트레이닝만 간단히 한채 호텔에 머물렀다. 25일 오후 8시에 열리는 공식 훈련에 앞서서도 마찬가지였다. 감독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간에도 선수들은 잠을 청했다고 한다.
카타르가 요청한 훈련 시간인 오후 8시는 도하 시간으로 오후 2시에 해당한다. 영하를 넘나드는 강추위까지 감수하면서도 카타르 시간에 맞춰서 훈련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리한 외부적 환경과 달리 타니 감독은 한국전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현재 카타르 대표팀 선수들은 내가 17~18세 이하 대표팀에서 데리고 있던 선수들이다. 감독이 바뀌었다고 해도 카타르 축구의 성향과 특징은 유지하고자 한다. 선수들이 나를 감독으로 인정하고 내 전략과 철학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훈련 대신 휴식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는 카타르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상암=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