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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공격 본능' 팀 패배에도 빛나.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3-18 12:19


ⓒ SBS ESPN 화면 캡처

박지성의 연이은 선발 출장에 QPR은 시즌 첫 연승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탔지만, 안타깝게도 기필코 넘어야 할 산이었던 17위 애스턴 빌라 원정에서 3-2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로써 잔류권과의 승점 차는 7점, 강등의 그림자는 좀처럼 걷힐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절망적인 결과 속에서도 한 가지 희망을 꼽자면 경기를 거듭할 수록 살아나고 있는 박지성의 '공격 본능'이 아닐까. 팀이 강등되면 다 무슨 소용이냐 싶으며, QPR의 강등에 그 어떤 소중한 것을 내건다고 해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박지성의 좋은 몸 상태를 근간으로 한 뒤집기의 가능성이 아직 완전히 닫힌 것도 아니란 말로 위안을 삼아본다.

부상으로 한동안 전력에서 이탈하며 좀처럼 몸이 올라오지 않았음에도, 박지성의 활용 가치가 여전히 유효했던 건 아마도 이 선수가 갖추고 있는 탄탄한 수비 능력이었을 것이다. 수비적인 맥을 정확히 짚는 능력에 더없이 깔끔한 명품 태클이 가미되었을 때, 상대 역습의 기세는 꺾이기 마련이었고, 왕성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헌신적인 커버 플레이는 수비수들의 짐을 덜어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부상 탓에 적지 않은 기간을 쉬었던지라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었을 테고, 또 경기를 계속 뛰면서 몸이 올라오자, 음비아-지너스와 함께 하는 수비적 역할은 더욱 안정됐다.

그런데 박지성이 최근 세 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며 슬슬 깨어나던 중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건 오히려 '공격 본능'이 아니었나 싶다. 지난해 8월 중순 시즌을 시작했던 QPR이 지난 2월까지 EPL 무대에서 2골 이상을 기록한 것은 고작 세 번(9월 26일 레딩전 2-3패 / 10월 6일 WBA전 3-2 패 / 12월 15일 풀럼전 2-1 승)이었는데, 이 팀이 최근 세 경기에서는 사우스햄튼전 2골, 선더랜드전 3골, 애스턴 빌라전에서 2골을 성공시키며 무려 7골을 작렬하는 기염을 토했다. 가장 큰 변화라면 '탐욕 대장' 타랍이 없는 상황에서 팀플레이에 탄력을 받았고, 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생각인데, 이 과정에선 박지성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 SBS ESPN 화면 캡처
4-3-3(4-1-4-1)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전반전엔 자모라, 후반전엔 레미의 밑에 위치한 박지성의 가장 큰 장점은 '성실함'이었다. 포지션 성격상 역삼각형 아래에 포진된 음비아의 수비 지원을 받아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낼 위치에서 움직이며, 때로는 최전방과 측면으로 빠져 공격 루트까지 만들어내야 했던 이 선수의 역할 수행은 기대 이상이었다. 볼을 잡아서 소유하고, 흐름에 맞춰 나갈 수 있게끔 템포를 조절하며, 이곳저곳으로 줄기가 살아있는 패스를 공급했던 박지성은 패스 이후 곧장 빈공간을 향해 뛰는 '패스&무브먼트' 능력으로 공격 과정의 경우의 수를 늘려 동료들의 능력을 극대화했다.

이는 구체적인 화면 캡처로도 잘 드러난다. QPR은 전반전 45분 동안 자모라의 피지컬을 활용한 롱패스의 패턴을 몇 차례 보였는데, 이 선수가 수비 뒷공간으로 떨어진 볼을 간수하고 있을 때, 측면으로 돌아가 크로스까지 올린 것이 박지성이었다(①). 그뿐만 아니라 상대 중앙 수비수 앞 공간으로 뛰어들어 공격적인 연계에 나섰고, 더 좋은 위치에 있는 타운센트를 향해 패스를 공급하더니(②), 72분에 터진 동점골을 도운 것도 박지성이었다(③). 누가 봐도 타랍이나 마키가 해답이 아니었음이 여실히 드러난 최근 경기, 팀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박지성의 공격 본능이 산소 호흡기에 가까스로 의존하고 있는 QPR을 기적적으로 살려낼 수 있을지 지켜보자.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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