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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아픈 과거는 지웠다. 안양이 다시 떠들썩거렸다. '축구 1번지' 부활에 불씨를 당긴 것은 FC안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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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U RED(안양 서포터스)' 임원진은 오전 10시 안양종합운동장 한켠에 집결했다. 부스를 설치하고 팬들을 맞았다. 삼삼오오 서포터스들이 모인 시각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다. 이들은 뜨겁게 예열했다. 응원가와 도구를 미리 부르고 점검했다. 서포터스 회장인 김준성씨(29·회사원)는 "온라인 가입자만 1900명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가입 회원이 5000명에 달했던 때와 비교하면 많이 줄었지만 긍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이는 가족단위 서포터스였다. 아장아장 걷는 두 아기와 엄마가 똑같은 안양 유니폼을 입고 서포터스의 뜨거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김씨는 자생력있는 서포터스를 꿈꿨다. 그는 "시민구단이라 재정도 넉넉하지 못할 것이다. 최대한 구단의 지원을 받지 않을 것이다. 자생력을 기를 것"이라고 밝혔다. 설치된 부스에선 자생력을 위한 노력들이 이어졌다. 창단 기념 수건과 스티커 판매다. 자율 모금도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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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형 FC안양 감독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이 감독은 "내셔널리그 감독 데뷔 때는 몰랐을 때라 그랬지만, 오늘은 조금 긴장된다"고 밝혔다. 이어 "때려부수는 꿈을 꿨는데…. 그것이 고양을 때려부수는건지 의미는 알 수가 없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긴장하지 말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또 안양의 생일인 만큼 이겨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영무 고양 감독은 '베테랑'다웠다. 표정에서 긴장감을 찾을 수 없었다. 이 감독이 선수들에게 한 주문에서도 베테랑의 힘이 느껴졌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즐기라'고 했다"고 전했다. 두팀은 내셔널리그에서 지긋지긋하게 충돌했다. 이우형 감독은 "이영무 감독은 미드필드에서 수싸움을 즐긴다. 역습 위주로 경기를 풀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이우형 감독은 전반 20~30분까지 치열한 중원싸움에서 버텨낼 것을 주문했다. 그의 말대로 중원에서 승부가 갈렸다. 안양은 전반 2분 만에 '장신 수비수' 가솔현(1m92)의 헤딩 골로 앞서갔다. 그러나 후반 미드필드 전쟁에서 다소 밀리며 후반 33분 윤동헌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경기가 끝난 뒤 양팀 감독은 희비가 엇갈렸다. 이우형 감독은 "후반 중원을 고양에 많이 내주면서 고전했다"고 했다. 이영무 감독은 웃었다. "역전시키지 못해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강한 안양 원정에서 비겨 만족한다"고 했다.
같은 날 열린 K-리그 챌린지 개막전에선 경찰축구단이 충주 험멜을 3대1로 꺾고 첫 승을 신고했다. 16일에는 '레알' 상주 상무가 광주FC를 3대0으로 제압했다. 창단팀 부천FC1995는 수원FC에 3대2 역전승을 거뒀다.
안양=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