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메시는 메시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3-13 13:39



"우리를 믿지 못하는 팬들은 티켓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줘라."

경기 전 바르셀로나의 핵심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가 팬들에게 한 말이었다. 모든 사람이 힘들다고 했다. 바르셀로나는 근래 보기드문 부진을 겪고 있었다. '철천지 원수' 레알 마드리드에게 연패를 당했고, AC밀란전에서도 시종 부진한 경기끝에 완패했다. 바르셀로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이 여기저기서 이어졌다. 그러나 바르셀로나 선수들만은 달랐다. 그들은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들에게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역대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1차전에서 0대2로 패한 뒤 2차전에서 전세를 뒤집은 예는 없었다. 여기에 메시는 이탈리아 클럽들만 만나면 약해졌다. 메시는 이날 경기 전까지 이탈리아 클럽팀을 상대로 필드골을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AC밀란과 인터밀란을 상대로 페널티킥으로만 3골을 넣은 것이 전부였다. 지난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 기자들은 그를 비꼬았다. 메시는 자신의 SNS를 통해 "2차전은 이길 자신이 있다. 반드시 이탈리아 팀을 상대로 필드골을 넣고 징크스를 깨겠다"고 장담했다. 두가지 징크스는 각성한 '신' 메시 앞에서 무참히 깨졌다.

메시는 그가 왜 특별한 선수인지 유감없이 뽐냈다. 메시는 13일(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누캄프에서 펼쳐진 AC밀란과의 2012~2013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2골을 뽑아내며 팀의 4대0 완승을 이끌었다. 1차전 0대2 패배로 다득점 승리가 절실했던 바르셀로나는 1, 2차전 합계 스코어 4대2로 AC밀란을 꺾고 극적으로 6시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메시는 전반 5분만에 AC밀란 수비수 5명 사이를 비웃듯 강력한 왼발슈팅으로 첫골을 뽑아냈다. 전반 39분에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드리블 뒤 멋진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메시의 활약에 힘입어 2-0 스코어로 전반을 마친 바르셀로나는 후반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후반 10분 다비드 비야의 골로 1차전 2골차 패배를 역전 시킨 후 인저리타임 호르디 알바의 4번째 골이 터지며 완벽한 승리를 마무리했다.

메시의 엄청난 활약에 전세계 축구관계자는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축구 글로벌매체 골닷컴은 '단연 으뜸이었다. 멀티골과 더불어 볼이 없는 곳에서의 움직임도 위협적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메시에게 평점 4.5(최고평점 5)를 부여하며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했다. 스카이스포츠와 유로스포츠도 각각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인 9점을 선사하며 그의 활약을 치켜세웠다. 이날 경기를 지휘한 호르디 로우라 감독대행은 "메시는 그간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8강 1차전에서 침묵했고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도 팀을 패배에서 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경기를 통해 자신을 향한 비난을 깡그리 잠재웠다. 메시가 터뜨린 두 골은 특별했으며, 우리는 메시의 활약에 힘입어 8강에 오를 수 있었다"라고 극찬했다.

메시는 이번 두골로 다시 한번 축구사를 썼다. 유럽챔피언스리그 통산 58골로 은퇴한 루드 판 니스텔로이를 따돌리고 통산 득점 2위에 올랐다. 카타르 알사드에서 뛰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 라울이 갖고 있는 71골에 13골차로 다가섰다. 대회 13번째 멀티골로 이 부문에서도 라울과 동률을 이뤘다. 여기에 올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득점랭킹에서도 공동 2위로 올라섰다. 메시는 갈라타사라이의 일마즈와 함께 나란히 7골을 기록 중이며, 득점 1위는 8골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메시가 올 시즌에도 유럽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을 차지할 경우 동 대회 5시즌 연속 득점왕 등극이란 전무후무한 진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대중은 가혹하다. 매경기 한골 이상의 골을 뽑아내는 선수에게도 단 3경기의 부진으로 슬럼프라는 평가를 내린다. 그는 세간의 평가에 주저리주저리 핑계를 대지 않았다. 단지 "반드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것이다"고 다짐했을 뿐이다. 그리고 메시는 그가 가장 잘하는 골을 통해 다시 한번 평가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메시는 메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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