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전쟁이다.
그라운드 밖의 훈훈함과는 달리 경기는 치열했다. 1차전에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양 팀은 8강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했다. 선제골은 맨유의 몫이었다. 후반 3분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가 자책골을 기록했다. 맨유가 기세를 올리고 있던 후반 11분 변수가 발생됐다. 나니가 알바로 아르벨로아와 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발을 높이 들다가 부딪쳐 퇴장당했다. 이 후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이어졌다. 퍼거슨 감독이 퇴장 선언 후 발끈하며 경기장으로 뛰어나가자, 무리뉴 감독이 퍼거슨 감독이 있는 테크니컬 에어리어쪽으로 다가가 귓속말을 나눴다. 이 장면은 중계카메라를 통해 그대로 잡혔다.
나니의 퇴장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숫적 우세를 점한 레알 마드리드가 맹공을 펼쳤다. 후반 14분 교체투입된 루카 모드리치가 절묘한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기록했다. 3분 뒤 드라마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호날두가 곤살로 이과인의 크로스를 넘어지며 밀어넣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골을 터트린 후 달려드는 팀 동료를 향해 골 세리머니를 자제시켰다. 오랜 팬들 앞에서 성장한 모습과 함께 가치를 입증했다. 노세리머니로 팬들에게 예를 표했다. 호날두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금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팀 승리를 이끌어 기쁘기도 하지만 맨유가 탈락하게 된 게 슬프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