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 퍼거슨과 호날두, 양보는 없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3-05 09:49 | 최종수정 2013-03-05 09:58


사진=TOPIC/Splash News


스승과 제자는 4년 만에 적으로 만났다.

지난달 14일(이하 한국시각), 제자의 안방이었다. 첫 판에서는 누구도 웃지 못했다. 1대1로 비겼다. 이번에는 무대가 바뀐다. 스승의 홈이다. 스승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원정 다득점 규정에 따라 득점없이 비기기만해도 8강에 오른다.

혈전이 임박해다. 잉글랜드와 스페인 축구의 자존심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가 6일 오전 4시45분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2012~2013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전 2차전을 치른다. 운명이 얄궂다.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 크리아스티아누 호날두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이번 시즌 미래가 걸렸다. 한 사람은 무조건 탈락한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호날두는 퍼거슨 감독은 애제자다. 1차전에서 이미 감동을 선물했다. 호날두는 동점골을 터트리며 경기 흐름을 바꿨지만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맨유와 스승에 대한 예의였다. 포르투갈 출신의 호날두는 퍼거슨 감독이 키운 작품이다. 2003년부터 6시즌을 함께했다. 292경기에 출전, 118골을 터트리며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성장했다. 리그 우승 3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리그컵 우승 2회, 클럽월드컵 우승 1회 등 환희의 역사를 함께 만들었다. 호날두는 맨유 시절인 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발롱도르를 품에 안았다.

그는 2009년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맨유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맨유 입단 당시 1225만파운드(약 228억원)였던 이적료는 8000만파운드(약 1644억원)로 폭등했다. 퍼거슨 감독의 아쉬움이 진했다. 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날 맨유를 향해 골망을 흔들었지만 호날두도 그 향수를 잊지 않았다. '노 세리머니'에 대해 "맨유는 내가 어렸을 적부터 6년 동안 뛰었다. 내가 골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했다. 호날두는 경기 후 퍼거슨 감독과 뜨겁게 포옹했다.

막다른 골목이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 공격의 핵이다. 폭발적인 스피드, 화려한 발재간, 탁월한 골경절력, 삼박자를 두루 갖췄다. 퍼거슨 감독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맨유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양보할 수 없는 승부다.

퍼거슨 감독은 "나의 가장 큰 걱정은 호날두가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호날두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잊게 된다"며 "우리의 경기력만 보이면 이길 수 있다"고 했다. 호날두도 페이스북을 통해 '올드트래포드로 돌아가길 학수고대했다. 그 곳에서 좋은 기억이 많이 있다. 맨유전은 흥미진진한 한 판이 될 것이다. 우리 목표는 오직 승리뿐'이라고 강조했다.

두 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맞닥뜨린 것은 10년 만이다. 2003년 8강전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맨유를 눌렀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횟수도 레알 마드리드(9회)가 맨유(3회)보다 많다. 호날두의 뒤에는 조제 무리뉴 감독이 버티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 사령탑 시절 퍼거슨 감독과 라이벌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올시즌 판 페르시를 영입하면 업그레이드된 공격 라인을 구축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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