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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치열한 '엘 클라시코'. 바르셀로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메시, 이니에스타, 피케 등이 포함된 베스트11을 내보냈다. 레알 마드리드 명단은 달랐다. 조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선택은 냉정했다. 6일 맨유와의 2012~2013시즌 유럽챔피스리그 16강 2차전을 대비하기 위해 '슈퍼맨' 호날두, '마법사' 외칠, '살림꾼' 알론소 등을 과감히 제외했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이 승부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고안한 바르셀로나 격파법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무엇보다 초반 분열을 딛고 하나로 뭉친 '팀'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1-1이 된 경기는 팽팽하게 전개됐다. 그러나 후반 12분 벤치에 앉아 있던 호날두와 케디라가 투입되며 승부의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호날두는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바르셀로나 수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레알 마드리드는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37분 모드리치의 코너킥을 라모스가 받아넣으며 팀에 승리를 선사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승리로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계속해서 빅게임을 치르며 지친 주축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는데 성공했다. 사실상 프리메라리가 우승이 멀어진 지금 레알 마드리드의 가장 현실적인 목표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가장 큰 난관이라고 할 수 있는 맨유와의 16강 2차전을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 속에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바르셀로나를 격파하며 레알 마드리드가 점차 하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즌 초반 선수, 감독, 구단간의 계속된 갈등으로 흔들리던 레알 마드리드는 그 어느 팀보다 뛰어난 조직력과 끈끈한 응집력으로 뭉쳐있다. 누가 골을 넣어도 달려가 기쁨을 나누고 있으며, 팀에 다한 충성심이 떨어졌던 무리뉴 감독도 신바람나는 모습으로 터치라인을 오가고 있다. 아마도 이번 엘 클라시코 2연전을 보면서 가장 불안한 사람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아닐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