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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클라시코' 2연승,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은 무리뉴 감독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3-03 13:06


사진=TOPIC/Splash News

전쟁보다 치열한 '엘 클라시코'. 바르셀로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메시, 이니에스타, 피케 등이 포함된 베스트11을 내보냈다. 레알 마드리드 명단은 달랐다. 조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선택은 냉정했다. 6일 맨유와의 2012~2013시즌 유럽챔피스리그 16강 2차전을 대비하기 위해 '슈퍼맨' 호날두, '마법사' 외칠, '살림꾼' 알론소 등을 과감히 제외했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이 승부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고안한 바르셀로나 격파법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무엇보다 초반 분열을 딛고 하나로 뭉친 '팀'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무리뉴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사실상 1.5군이 출전한 레알 마드리드는 3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2012~201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6라운드 경기에서 2대1 승리를 거뒀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달 27일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레이)전에 이어 바르셀로나전 2연승의 신바람을 달렸다. 시즌 마지막 엘 클라시코전 승리로 올시즌 상대전적서 3승2무1패로 우위를 점하게 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자신감이 넘쳤다. 전체적 볼 점유율은 늘 그랬듯 바르셀로나가 더 높았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를 압도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오히려 위협적인 장면은 레알 마드리드가 더 많이 만들었다. 자신의 진영에 9명이 진을 치고 있던 레알 마드리드는 공을 뺏으면 엄청나게 빠르게 전환하며 매서운 공격력을 선보였다. 선제골도 레알 마드리드의 몫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 6분 라모스가 바르셀로나 진영 왼쪽 측면으로 뽑아준 볼을 모라타가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 볼을 쇄도하던 벤제마가 밀어 넣으며 앞서 나갔다. 라모스가 상대 패스를 차단한 뒤 단 두 번의 패스만으로 만들어진 전광석화와 같은 골이었다. 바르셀로나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18분 메시가 골을 뽑아내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메시는 전반 18분 알베스의 전진 패스를 받은 뒤 라모스를 제치고 왼발 슈팅을 터트리며 동점골을 뽑아냈다. 메시는 이골로 디 스테파노가 갖고 있는 역대 엘 클라시코 최다골 타이를 맞췄다.

1-1이 된 경기는 팽팽하게 전개됐다. 그러나 후반 12분 벤치에 앉아 있던 호날두와 케디라가 투입되며 승부의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호날두는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바르셀로나 수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레알 마드리드는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37분 모드리치의 코너킥을 라모스가 받아넣으며 팀에 승리를 선사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승리로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계속해서 빅게임을 치르며 지친 주축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는데 성공했다. 사실상 프리메라리가 우승이 멀어진 지금 레알 마드리드의 가장 현실적인 목표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가장 큰 난관이라고 할 수 있는 맨유와의 16강 2차전을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 속에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바르셀로나를 격파하며 레알 마드리드가 점차 하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즌 초반 선수, 감독, 구단간의 계속된 갈등으로 흔들리던 레알 마드리드는 그 어느 팀보다 뛰어난 조직력과 끈끈한 응집력으로 뭉쳐있다. 누가 골을 넣어도 달려가 기쁨을 나누고 있으며, 팀에 다한 충성심이 떨어졌던 무리뉴 감독도 신바람나는 모습으로 터치라인을 오가고 있다. 아마도 이번 엘 클라시코 2연전을 보면서 가장 불안한 사람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아닐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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