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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파크레인저스(QPR)의 박지성(32)은 올시즌 수많은 혹평에 시달렸다. 가장 먼저 주장에 대한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시아인 최초로 시즌 개막부터 주장 완장을 찼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상에 발목을 잡혀 팀을 어우르지 못했다. 결국 해리 레드냅 감독이 부임한 뒤 클린트 힐에게 주장 임무를 넘겨줘야 했다. 박지성은 덤덤했다. 그러나 3부 리그 MK돈스와의 FA컵 32강전(2대4 패)에서 홈 팬들에게 야유 세례를 받은 것은 아팠다.
기동력도 예전 맨유 시절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스피드도 떨어지지 않았다. 체력도 전혀 문제가 없음을 보여줬다. 방점은 1-1로 맞선 후반 32분 찍었다. 박지성은 그라운드에서 성사된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사우스햄턴의 일본 출신 중앙 수비수 요시다 마야와의 충돌을 극복했다. 오른쪽 측면 돌파 때 과감한 태클로 마야를 제쳤다. 박지성은 쇄도한 이후 날카로운 크로스를 문전으로 배달했다. 제이 보스로이드에게 정확하게 연결됐다. 보스로이드는 가볍게 논스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 동안 자신을 전력에서 배제시켰던 레드냅 감독에게도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공교롭게도 사우스햄턴전은 레드냅 감독의 생일이었다. 박지성이 잊지 못할 생일 선물을 한 셈이 됐다.
부활의 신호탄을 쏜 박지성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팀을 강등권에서 탈출시키는 것이다. 박지성은 레드냅 감독이 부인할 수 없는 '믿을맨'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