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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레드냅 감독이 부인할 수 없는 '믿을맨'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3-03 16:59


사진=TOPIC/Splash News

퀸즈파크레인저스(QPR)의 박지성(32)은 올시즌 수많은 혹평에 시달렸다. 가장 먼저 주장에 대한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시아인 최초로 시즌 개막부터 주장 완장을 찼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상에 발목을 잡혀 팀을 어우르지 못했다. 결국 해리 레드냅 감독이 부임한 뒤 클린트 힐에게 주장 임무를 넘겨줘야 했다. 박지성은 덤덤했다. 그러나 3부 리그 MK돈스와의 FA컵 32강전(2대4 패)에서 홈 팬들에게 야유 세례를 받은 것은 아팠다.

경기력적인 면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자신의 실명을 거론당하면서 레드냅 감독에게 강한 어조로 비판당했다. 무엇보다 1월 초 부상 복귀 후 레드냅 감독의 눈밖에 났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1월 3일 첼시전(1대0 승)에서 레드냅 감독이 풀타임을 주문했는데 박지성이 거절했다는 내용이었다. 부상 회복 직후라 풀타임 소화는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 일각에선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의 입지가 줄어들어 소문이 진실로 비춰졌다. 최근에는 3경기 연속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게다가 리저브(2군) 경기에도 출전했다. '전력 외'로 분류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급기야 이적설도 제기됐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토론토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박지성은 단 한 경기로 모든 혹평을 잠재웠다. 말은 필요없었다. 역시 경기력이 답이었다. 박지성은 3일(한국시각) 사우스햄턴전에서 결승골을 도우며 QPR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에스테반 그라네로, 음비아와 함께 중원을 담당했다. 단단히 벼르고 나온 모습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장점을 그라운드에서 모두 폭발시켰다. 과감한 태클과 상대 볼줄기 차단, 강한 압박으로 허리 싸움에서 뒤지지 않았다. 그 동안 지적됐던 활동량은 문제없었다. 포지션은 허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다는 말이 정확했다. 수비부터 공격까지 모두 가담했다.

기동력도 예전 맨유 시절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스피드도 떨어지지 않았다. 체력도 전혀 문제가 없음을 보여줬다. 방점은 1-1로 맞선 후반 32분 찍었다. 박지성은 그라운드에서 성사된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사우스햄턴의 일본 출신 중앙 수비수 요시다 마야와의 충돌을 극복했다. 오른쪽 측면 돌파 때 과감한 태클로 마야를 제쳤다. 박지성은 쇄도한 이후 날카로운 크로스를 문전으로 배달했다. 제이 보스로이드에게 정확하게 연결됐다. 보스로이드는 가볍게 논스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 동안 자신을 전력에서 배제시켰던 레드냅 감독에게도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공교롭게도 사우스햄턴전은 레드냅 감독의 생일이었다. 박지성이 잊지 못할 생일 선물을 한 셈이 됐다.

영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는 박지성에게 평점 7을 부여했다. 그러면서 '조용하게 승리를 위해 산소를 불어넣었다(Quiet until vital work for winner)'는 코멘트를 곁들였다.

부활의 신호탄을 쏜 박지성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팀을 강등권에서 탈출시키는 것이다. 박지성은 레드냅 감독이 부인할 수 없는 '믿을맨'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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