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제주감독"윤빛가람 킬패스=방울뱀의 독"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3-02 17:41



"윤빛가람은 멘탈이 좋은 선수다. 중요한 것은 이 선수를 어떻게 기용하고 쓰느냐다."

박경훈 제주유나이티드 감독은 2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전남드래곤즈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개막전을 앞두고 '애제자'에 대한 일부의 편견과 오해를 적극 해명했다. 17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었던 지난 2007년 이후 윤빛가람(23)의 재능을 누구보다 귀하게 여겼던 박 감독이다. 시즌 개막 직전 극적으로 '품안에 자식'이 된 윤빛가람에 대해 강력한 믿음을 표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다. 기술적으로는 대표선수라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멘탈' 논란과 관련 "절대로 멘탈이 나쁜 선수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윤빛가람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을 때인 15세 무렵부터 지켜봐왔다. 17세 이하 대표팀까지 2년8개월동안 함께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축구에 대한 생각이 상당히 깊었고, 오직 축구를 통해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선수였다. 감독으로서 섬?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사춘기때도 또래들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이 없었다. 셔틀런을 할 때도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며 '악바리' 윤빛가람을 떠올렸다. "멘탈에 대해 뭐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중요한 것은 윤빛가람을 얼마만큼 잘 기용하고 쓰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선수를 잘아는 감독으로서 '시너지'에 대해서도 기대를 표했다. "선수가 감독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의 윤빛가람이 2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전남과의 개막전에서 하프타임 동료들과 몸을 풀고 있다.

◇절친의 조우. 불과 일주일전 만 해도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 윤빛가람(오른쪽)과 전현철이 개막전에서 적으로 만났다. 전현철은 이날 매서운 슈팅을 여러차례 날렸지만 아쉽게 불발에 그쳤다. 다리에 쥐가 나며 후반 종료 직전 교체됐다. 윤빛가람은 절친의 날카로운 슈팅에 "속이 뜨끔뜨끔했다"고 털어놨다. 윤빛가람의 제주가 전현철의 전남에 1대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는 제주가 전남을 상대로 2006년6월6일 이후 7년만에 거둔 값진 원정 승리다 .
윤빛가람은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박 감독은 안종훈을 투입했다. "윤빛가람이 몸도 많이 올라와 있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충실히 팀 동계훈련을 수행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온 기존 선수에 대한 믿음도 함께 가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13번 등번호를 단 윤빛가람이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후반 15분 날카로운 전진패스로 브라질 스트라이커 페드로의 슈팅을 이끌어냈고, 후반 17분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잇달아 쏘아올렸다. 성남에서 지옥 동계훈련을 거치고 왔다. 몸은 가벼웠다. 적극적이고 날선 움직임이 감지됐다.

박 감독은 이날 1대0 승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윤빛가람의 경기력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미드필드에서의 볼 소유와 템포 조절이 잘이뤄졌다. 우리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본인 능력이 훌륭한 선수이기 때문에 팀에 좀더 젖어들게 되며 내가 기대하는 미드필드 소유와 함께 '방울뱀'의 독을 뿜어내는 스루패스로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날 제주 데뷔전을 치른 윤빛가람은 오히려 겸손했다. "오늘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경기는 아니었다. 후반에 투입돼 점유율에서 밀리는 상황이어서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5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스승의 후한 평가와 달리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윤빛가람 100% 사용법'을 아는 제주에서 성장과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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