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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간판 사와 "지소연이 내 후계자" 왜?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2-28 08:45


◇지소연. 사진출처=고베 아이낙 구단 홈페이지

"(지)소연은 진정한 내 후계자다."

일본 여자축구의 간판스타 사와 호마레(35·고베 아이낙)의 말이다.

사와는 일본 여자축구 뿐만 아니라 국민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에서 일본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찬사를 받았다. 그해 3월 동북부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로 실의에 빠진 일본 국민들에게 은퇴를 앞둔 나이에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선보인 사와의 활약은 진한 감동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박세리가 1998년 미 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해저드에 빠진 볼을 걷어올려 역전우승을 차지, IMF 사태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우었던 장면과 비슷하다. 고베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사와가 연봉 외에 각종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만 4억엔(약 5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일본 축구의 얼굴이 된 사와가 왜 라이벌 한국의 에이스인 지소연을 지목했을까.

지소연이 고베 입단 후 두 시즌간 보여준 활약 때문이다. 본래 포지션인 공격수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뛰면서 최선을 다 했다. 국내에서 절대로 놓치지 않았던 10번 대신 7번을 달고 뛰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팀을 우승시켜놓고 10번을 당당히 요구하겠다"고 이를 물었다. 서툰 일본어 실력 탓에 초기에는 동료들로부터 외면도 받았지만, 굴하지 않았다. 결과는 나데시코리그 2연패, 2012년 리그 베스트 미드필더 및 베스트11, 국제여자클럽선수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인 MIP(Most Impressive Player) 선정 등 화려하다. 닫혔던 동료들의 마음이 서서히 열렸다. 절친으로 알려진 가와스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지소연을 따라 한국으로 건너와 2주 간 동고동락하기도 했다. 사와가 화룡점정 했다. "아시아에서 나를 넘을 수 있는 선수는 지소연 뿐이다. (지)소연은 진정한 내 후계자다." 지소연이 올 시즌 에이스의 상징인 10번을 달고 뛸 수 있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고베 구단주인 문홍선 아스코 홀딩스 회장은 "우리 팀에는 일본의 10번(사와가 대표팀에서 다는 등번호)와 한국의 10번이 함께 뛴다고 홍보한다"고 밝혔다.

문 회장은 지소연이 곧 고베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시즌 나데시코리그 베스트11, 되면서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문 회장은 "입단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일본어가 유창해 동료와 소통 뿐만 아니라 블로그에 직접 글도 남기면서 팬들과 소통한다"며 "이제는 팬들이 지소연을 찾을 정도"라고 웃었다.

선수는 실력으로 말한다. 지소연은 일본 진출 3년 만에 팀의 간판으로 우뚝 섰다. 이제 지소연에게 남은 일은 자신을 인정한 사와를 넘어서는 일이다.
고베(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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