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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이미 두 번이나 상식 밖의 행동으로 축구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그였다. 축구계에서도 원성이 자자했다. 2008년 수원은 네덜란드에서 방황하던 이천수를 받아주었다. 하지만 이천수는 훈련 불참은 물론 코칭스태프와의 불화 등으로 파열음을 일으킨 끝에 임의탈퇴를 당했다. 당시 전남을 이끌던 박항서 감독이 두 번째 손을 내밀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던 박 감독은 이천수의 재능을 높이 샀다. 주변의 반대를 무릎쓰고 전남 유니폼을 입혔다. 2009년이었다. 이천수는 그해 3월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심판에게 '주먹 감자'를 날려 징계를 받았다. 7월에는 이적 문제로 코칭스태프와 몸싸움을 벌이는 하극상까지 일으키며 팀에서 퇴출당했다. 두 번째 임의탈퇴였다. 이후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와 오미야(일본)을 거친 그는 2012년 K-리그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2013년, 전남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임의탈퇴를 풀어줬다. 3년 6개월만에 이천수의 K-리그 클래식 복귀가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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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따지고 보면 마음고생은 본인이 가장 많이 했을 것이다.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를 향한 원성의 목소리에 충분히 반성도 했을 것이라 믿는다. 그라운드에 복귀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에도 진심이 느껴졌다. 그러나 말보다 행동을 봐달라는 말, 앞 뒤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새 출발을 선언하는 공식적인 첫 자리에서 "죄송하다", "다시는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말이 그라운드 복귀보다 먼저 필요했다고 본다. 그의 첫 인사는 "기다려주신 팬, 감독님,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선처를 해준 전남 관계자에게도 감사하다. 늦게 합류한 만큼, 믿어주신 만큼 열심히 해서 보답하겠다"였다. 복귀에 대한 기쁨보다 사과가 우선이기를 바랐던 것은 너무 큰 기대였나?
어쨌든 이천수는 복귀했고, 2013년 그라운드를 통해 팬들과 만난다. 하지만 모든 팬들에게조차 용서를 받은 것은 아니다. 다시 한번 참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뿐이다.
그 기회를 살리는 건 결국 이천수의 몫이다.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은 기본이고,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것은 의무다. 그밖에 재능 기부를 하고 남을 배려하는 등 온정을 베풀 때 그의 복귀를 반대했던 팬들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질책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는 것도 이천수 뿐이다.
이천수는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내가 짊어지고 나가야 할 짐이다. 올시즌이 끝날 때 그런 비판이 환영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나를 믿어주신 분들이 있어 이 자리에 섰다. 그런 분들을 위해 잘 이겨내겠다"고 밝혔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는 "후배들에게 인정받고 존경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모든 부분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의 재능을 높이 산 축구계는 다시 따뜻한 품을 내줬다. 믿음을 다시 깨지 않기를 바란다. "죄송하다"는 사과가 없어 아쉬움이 진하게 남지만 그가 밝힌대로 말보다 행동으로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진정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리지 않기를….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