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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이천수, 진정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길…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2-28 08:44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프로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다짐은 시즌을 앞둔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출사표다.

그러나 '트러블 메이커' 이천수(32)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야 했다. 축구계와 팬들은 진심이 담긴 사과를 원했다.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죄송합니다'라는 한 마디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K-리그 클래식에 복귀하는 그의 소감에 사과는 없었다.

이미 두 번이나 상식 밖의 행동으로 축구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그였다. 축구계에서도 원성이 자자했다. 2008년 수원은 네덜란드에서 방황하던 이천수를 받아주었다. 하지만 이천수는 훈련 불참은 물론 코칭스태프와의 불화 등으로 파열음을 일으킨 끝에 임의탈퇴를 당했다. 당시 전남을 이끌던 박항서 감독이 두 번째 손을 내밀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던 박 감독은 이천수의 재능을 높이 샀다. 주변의 반대를 무릎쓰고 전남 유니폼을 입혔다. 2009년이었다. 이천수는 그해 3월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심판에게 '주먹 감자'를 날려 징계를 받았다. 7월에는 이적 문제로 코칭스태프와 몸싸움을 벌이는 하극상까지 일으키며 팀에서 퇴출당했다. 두 번째 임의탈퇴였다. 이후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와 오미야(일본)을 거친 그는 2012년 K-리그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2013년, 전남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임의탈퇴를 풀어줬다. 3년 6개월만에 이천수의 K-리그 클래식 복귀가 성사됐다.


27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이천수의 인천 입단식 및 기자회견. 축구계의 시선이 쏠렸다. 그의 입을 주목했다. 원죄가 워낙 컸다. 웃을 수 없었다. 담담하게 기자회견에 응한 이천수는 "K-리그에 복귀하겠다는 생각으로 긴 시간을 버텼다. K-리그 클래식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말보다는 행동을 봐달라"며 입단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적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힘들었다. 그래도 K-리그에 돌아와서 다시 뛰겠다는 상상을 하면서 긴 시간을 이겨내고 벼텼다"고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마음고생은 본인이 가장 많이 했을 것이다.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를 향한 원성의 목소리에 충분히 반성도 했을 것이라 믿는다. 그라운드에 복귀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에도 진심이 느껴졌다. 그러나 말보다 행동을 봐달라는 말, 앞 뒤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새 출발을 선언하는 공식적인 첫 자리에서 "죄송하다", "다시는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말이 그라운드 복귀보다 먼저 필요했다고 본다. 그의 첫 인사는 "기다려주신 팬, 감독님,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선처를 해준 전남 관계자에게도 감사하다. 늦게 합류한 만큼, 믿어주신 만큼 열심히 해서 보답하겠다"였다. 복귀에 대한 기쁨보다 사과가 우선이기를 바랐던 것은 너무 큰 기대였나?

어쨌든 이천수는 복귀했고, 2013년 그라운드를 통해 팬들과 만난다. 하지만 모든 팬들에게조차 용서를 받은 것은 아니다. 다시 한번 참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뿐이다.

그 기회를 살리는 건 결국 이천수의 몫이다.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은 기본이고,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것은 의무다. 그밖에 재능 기부를 하고 남을 배려하는 등 온정을 베풀 때 그의 복귀를 반대했던 팬들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질책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는 것도 이천수 뿐이다.


이천수는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내가 짊어지고 나가야 할 짐이다. 올시즌이 끝날 때 그런 비판이 환영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나를 믿어주신 분들이 있어 이 자리에 섰다. 그런 분들을 위해 잘 이겨내겠다"고 밝혔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는 "후배들에게 인정받고 존경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모든 부분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의 재능을 높이 산 축구계는 다시 따뜻한 품을 내줬다. 믿음을 다시 깨지 않기를 바란다. "죄송하다"는 사과가 없어 아쉬움이 진하게 남지만 그가 밝힌대로 말보다 행동으로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진정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리지 않기를….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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