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던'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 빛낸 말말말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2-28 17:40


2월2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13 K리그클래식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K리그 클래식에 참석하는 14구단 선수들과 감독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13개 구단 감독들이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은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2.28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는 '말의 향연'이었다. 2011년 전북을 이끌던 최강희 감독은 '닥공(닥치고 공격)'을 외쳤다. 2012년에는 최용수 감독이 '무공해(무조건 공격해+깨끗한 플레이) 축구'를 들고 나왔다. 박경훈 제주 감독도 '방울뱀 축구'를 히트시켰다.

올해는 달랐다. 2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3년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는 대박 발언이 적었다. 조용한 미디어데이였다.

"강원 대구 경남이 떨어질 것"

강등팀이 지난해 2팀에서 2.5팀으로 늘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강등권 후보들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강등후보군들은 다양하게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인완 대전 감독은 돌직구를 던졌다. "강원과 대구, 경남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범 강원 감독은 솔직했다. 팀목표를 '강등권 탈출'로 적어들었다. 김학범 감독은 "나도 우리팀을 강등권 1순위로 꼽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강등권 탈출을 목표로 하다보면 더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진한 경남 감독도 "주위에서 꼽은 올해 강등 1순위는 우리더라"라면서도 "외부의 시선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우승후보군들은 '겸손함'을 보였다. 2연패를 노리는 최용수 서울 감독은 우승후보로 자기팀을 빼고 다른 팀들을 우루루 말했다. 한 팀만 지목해달라고 하자 한참을 생각하더니 '전북'을 선택했다.

파비우 전북 감독 대행은 "좋은 선수만으로 우승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 역시 "서울이 강력한 우승후보다"면서 질문을 피해갔다.


2월2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13 K리그클래식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K리그 클래식에 참석하는 14구단 대표 선수들이 올시즌 선전을 다짐하며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은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2.28
"자신 있습니다"

이슈메이커는 역시 이천수(인천)였다. 이날 이천수는 김남일 대신 인천의 대표 선수로 나섰다. 질문이 쇄도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다. 이천수는 전남과의 분쟁, 임의탈퇴, 14개월간의 공백 등 우여골절 끝에 돌아왔다. 이천수는 "어제 입단식을 가졌다. 이틀 연속 정장을 입었다. 올해 성적이 좋다면 연말에도 정장을 입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이천수는 이천수였다. 조심스러운 이천수의 본능을 깨우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우선 팀이 단독선두를 하면서 분위기가 좋다는 가정을 두었다. 이어 김형범(경남)과의 프리킥골 경쟁에 대해 자신있냐고 물었다. 이천수는 "그런 가정을 있었다는 사실을 꼭 써주어야 한다"고 했다.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어 "김형범과의 프리킥 대결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제야 이천수의 입이 풀렸다. 자유 인터뷰에서 이천수는 그동안의 입담을 풀어냈다. "프리킥골을 많이 넣어야 K-리그 클래식도 흥행을 한다. 인천도 관중을 더 채울 수 있다"고 했다. 또 "10번이라는 번호를 달고 좋은 활약을 했다. 이번에 10번을 단다. 느낌이 좋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월2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13 K리그클래식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인천 이천수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홍은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2.28
"훈련량이 적어졌다"

웃음을 준 재치넘치는 말들도 있었다.

가장 큰 웃음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부산의 '꽃미남' 임상협이었다. 그는 감독이 바뀌어 좋은 점을 묻는 질문에 "훈련량이 적어졌고 자율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감독님이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신다"고 했다. 임상협의 옆에는 지난 시즌까지 부산을 맡았던 '호랑이 감독' 안익수 성남 감독이 앉아있었다. 안 감독은 임상협의 발언에 쑥쓰러운 웃음을 지었다.

하석주 전남 감독은 감독들간에 꼬여있던 족보를 풀었다. 그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대표 출신들이 K-리그 클래식 감독으로 자리잡은 것에 대해 언급하며 "실제로 나는 양띠(1967년생)다. 호적에 1968년생으로 기재됐다. 초등학교 후배 황선홍 감독(1968년생)이 맞먹으려고 하는데 여기서 확실히 짚고 가자"고 웃었다.


이 건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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