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무적' 바르셀로나가 흔들리고 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2-27 13:38 | 최종수정 2013-02-27 13:38


사진캡처=마르카

"시즌 초반 이렇게 점수 차가 벌어진 적은 처음이다. 정규리그 우승은 불가능하다."

자존심 강한 조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정규리그 단 16경기만에 한 말이다. 2012~2013시즌 전반기에 보여준 바르셀로나의 모습은 '무적' 그 자체였다. 전반기 기록을 살펴보자. 19경기에서 18승1무을 기록해 승점 55점을 얻었다. 지난해 10월7일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원정경기에서 2대2로 한차례 비겼을뿐 나머지 18경기는 모두 이겼다. 상반기에 쌓을 수 있는 승점 57점 중, 단 2점을 제외하고 모두 챙겼다. 종전 자신이 갖고 있던 전반기 최고승점 기록(2010~2011시즌 승점 52)을 경신했다. 전반기에만 터뜨린 골이 무려 64골에 이른다. 한 경기당 평균 3.37골이다. 팀 도움(41개), 페어플레이(경고 28회), 경기당 패스기록(709회) 등 각종 기록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사실 시즌 전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떠나고 경험이 일천한 티토 비야노바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사상 최고의 전반기를 보내며 모든 기우를 날려버렸다.

후반기가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실점이 눈에 띄게 늘어난 바르셀로나는 결국 1월20일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원정경기에서 2대3으로 역전패를 당하며 리그 무패행진을 끝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변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는 이후 다시 4승2무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1일 있었던 AC밀란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0대2 완패를 당하며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면에서 완패를 당한 것이 5년만에 처음이기 때문이다. 당시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27일 바르셀로나는 다시 한번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2012~2013시즌 스페인 국왕컵(코파델레이) 4강전 2차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2골을 허용하며 1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것도 '철옹성'이라 불린 홈 누 캄프에서 말이다. 바르셀로나가 홈에서 패한 건 2012년 4월 21일, 레알 마드리드전 이후 처음이며, 바르셀로나가 홈에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2골차 이상의 대패를 당한 것도 2002년 4월,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0대2 패배가 마지막이었다. 3골 이상을 허용하면서 패한 건 1977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3골 이상을 허용하면서 2골차 이상으로 패한 건 1963년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바르셀로나의 황금기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보내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패한 경기에서도 압도한 모습을 보였다. 상대는 바르셀로나의 엄청난 공격을 막기 위해 전원수비 후 역습 한방으로 골을 노리는 전술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바르셀로나가 진 것은 실력보다는 상대에 행운이 따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AC밀란, 레알 마드리드전 완패를 달랐다. 말 그대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이 2경기 패배로 바르셀로나가 몰락했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바르셀로나가 이처럼 흔들리는데는 전술적 부분 보다는 체력적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전술의 특징은 패싱축구 뿐만 아니라 강한 전방위 압박에 있다. 극단적으로 수비진을 올리는 바르셀로나 축구에서 전방의 압박은 공격과 수비를 이끄는 열쇠다. 바르셀로나는 볼을 뺏긴 뒤 압박을 통해서 상대의 전진을 막고, 그 자리서부터 공격을 이어간다. 이를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다. 과르디올라 전 감독은 부임 후 선수들의 체력관리에 가장 많은 힘을 쏟았다. 적절한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아꼈다.

그러나 비야노바 감독은 로테이션 시스템을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는 총 26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프리메라리가 경기에 출전했다. 반면 이번 시즌엔 단 20명이 전부이다. 자연스럽게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핵심인 리오넬 메시와 사비 에르난데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저하됐다. 이번 엘클라시코에서도 메시는 평소답지 않은 모습으로 호날두의 활약을 지켜봤다. 바르셀로나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아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