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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 초감각 데뷔골, 몰아치기 가능성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2-24 17:31 | 최종수정 2013-02-25 09:01


 사진출처=아우크스부르크 홈페이지

"이제 터질 때가 됐다."

스승과 동료들의 즐거운 예감은 적중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17위 아우크스부르크와 16위 호펜하임의 일전을 앞두고 전남 전훈 캠프에서 만난 '1년 후배' 이종호는 "(지)동원이형이 터질 때가 됐죠"라며 자신있게 예언했다. 지동원(22·아우크스부르크)의 성장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노상래 전남 수석코치 역시 "경기력과 몸놀림은 좋다. 부담감만 떨치면 곧 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드디어 터졌다. 독일 입성 후 6경기만의 데뷔골이다. 23일(한국시각) 오후 11시30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SGL 아레나에서 열린 16위 호펜하임과의 독일 분데스리가 23라운드 홈경기에 구자철(24)과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지-구특공대'가 6경기 연속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 45분 지동원의 선제골이 터졌다. 문전에서 의욕적으로 기회를 노렸다. 전반 종료 직전 기회가 찾아왔다. 마티아스 오스트르졸렉이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오른쪽 발끝으로 톡 건드리며 왼쪽 골망 위쪽을 흔들었다. '절친' 구자철이 달려와 어깨를 감싸안으며 뜨거운 기쁨을 표했다. 홈구장은 '동원지!'라는 함성으로 들썩였다. 후반 28분 지동원은 상대 수비수와 충돌 직후, 홈 관중들이 "지(Ji)"를 연호하는 가운데 안드레아 오틀과 교체됐다. 절친의 쾌거에 구자철도 덩달아 신이 났다. 후반 34분 사샤 묄더스의 추가골을 도왔다. 2대1, 아우크스부르크의 승리였다. 리그 잔류를 위해 물러설 수 없는 강등권 매치에서 '코리안 듀오'가 펄펄 날았다. 귀한 승점 3점을 보태며 승점 18로, 호펜하임(승점 16)을 17위로 밀어냈다. 16위를 탈환했다.

지동원의 골은 이적 직후인 1월21일 뒤셀도르프 원정 데뷔전 이후 6경기만이다. 골 갈증이 깊었다. 지난해 1월2일 맨시티전에서 버저비터 결승골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빅리그에서 13개월만에 짜릿한 골맛을 봤다. 지난해 8월 런던올림픽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골을 기록한 지 6개월만이다. 5경기만의 승리, 강등권 순위를 바꾸어놓은 천금같은 골이라는 점이 더욱 값지다. 노 코치는 지동원의 첫골에 대해 "사이드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좋았고, 지동원의 감각적, 본능적인 동작과 장점이 극대화된 '순간적'인 골"이었다고 평가했다. "골키퍼와 1대1 상황이었거나 자유롭게 슈팅을 쏘는 상황이었다면 오히려 힘이 들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순간적인 감각으로 쉽게, 편하게 잘 넣었다"고 칭찬했다.

데뷔골의 부담을 털었다.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 역시 쏟아지고 있다. 노 코치는 "터지는 시점이 문제일 뿐, 한번 터지고 나면 좋은 흐름을 쭉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단 첫골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냈다는 점이 크다. 자신감이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기존 기록상으로도 지동원은 첫골 이후 꾸준한 집중력을 보여줬다. 2010년 K-리그에 데뷔한 지동원은 1년반동안 39경기에서 11골5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2010년 3월28일 강원전에서 리그 데뷔골을 신고했다. 5경기만에 1골1도움을 터뜨리며 '대형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4월10일 이어진 광주상무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5월5일 전북전 이후 8월29일 부산전까지 9경기에서 5골을 몰아쳤다. 그해 12월 시리아전에서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했고, 카타르아시안컵에서 4골을 몰아넣었다. 동계훈련 중 부상으로 인해 늦게 시작한 2011시즌 7경기만인 5월7일 수원전에서 마수걸이골을 터뜨렸다. '지각' 첫골이었지만, 일단 터진 후엔 멈추지 않았다. 5월21일 제주전, 6월11일 인천전에서 잇달아 골맛을 봤다. 2경기당 1골의 결정력을 뽐냈다.

노 코치는 "동원이는 골을 넣을 줄 아는 선수다. 세상 어디에 갖다놓아도 걱정없다. 영리하다. 원톱, 섀도스트라이커, 측면, 미드필더 어디서든 유연하게 적응할 줄 안다. 무엇보다 멘탈, 자기관리가 뛰어난 선수"라며 믿음을 표했다. "골잡이지만 대표적인 팀플레이어다. 공수에서 많이 뛰고, 동료를 돕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다. 분데스리가에서 경기당 2골 이상 '몰아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매경기 공격에서 꾸준히 집중적이고 좋은 흐름을 이어나갈 것은 확실하다"고 예언했다. '후배' 이종호 역시 "이제 '포텐' 폭발만 남았다"며 기분좋은 예언을 한번 더추가했다.

6경기만에 첫단추를 꿰었다. '강등 구세주'의 강림이다. 지동원에게 아직 11경기가 남아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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