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우린 강등 1순위" 외치는 숨은 뜻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2-25 17:56


◇2013년 K-리그 클래식 개막을 앞둔 김학범 강원FC 감독은 현실론을 강조하고 있다. 25일 강원도 강릉의 강원 클럽하우스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의 모습. 강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우리가 강등 1순위? 내가 봐도 그래요."

모두가 생존을 노래한다. 그러나 김학범 강원FC 감독은 스스로 '강등 후보'라고 한다.

2013년 K-리그 클래식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강원을 유력한 강등 후보로 꼽고 있다. 지난 시즌 혈전 끝에 잔류에 성공했으나, 다른 팀에 비해 열악한 전력과 딱히 인상적이지 않은 보강에 그친 점이 이유로 꼽힌다. 생존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김 감독과 강원 선수단 입장에서는 기분이 언짢을 만한 평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인다. "모두가 우리를 강등 1순위로 보는데, 내가 봐도 그렇다. 14팀 중 3팀이 K-리그(2부리그)로 직행하거나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이 확률을 피하는게 쉽겠나. 지금 전력이라면 강등권으로 가는게 맞다."

김 감독은 '현실론'을 펼쳤다. 시도민구단은 기업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전력으로 분류된다. 경쟁 환경이 더 치열해진 가운데 욕심을 내기는 더욱 힘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 시즌의 경험에 비춰 올 시즌에도 비슷한 시도민구단들이 강등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냉정하게 비춰질 지언정 과감하게 현실을 인정해야 오히려 알맞는 처방을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도 있다. "내가 환상에 젖어 버리면 올바른 결단을 내릴 수 있겠나. 때문에 선수들에게도 스스럼 없이 (우리가 강등권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때문에 큰 욕심도 부리지 않는다. 오로지 강등권 탈출에 코드를 맞추고 있다. 김 감독은 "더 큰 꿈을 그릴 수도 있지만, 현실을 봐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강등권에서 벗어나는 것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원은 1년 사이 다른 팀이 됐다. 지난해 7월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부터 생긴 변화다. 온순하기만 했던 선수들은 지난 6개월을 보내며 투사의 면모를 서서히 갖추기 시작했다. 질 때는 지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을 만들고자 했던 김 감독의 뜻이 반영됐다. 김 감독은 "상대를 한 번 물면 절대 그냥 놓지 말라고 주문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상대가 지치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질 때 지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 끈끈한 팀이 되고자 한다. 강릉과 순천, 미국을 오가며 가진 동계 전지훈련 기간 동안 선수들이 고된 훈련을 잘 따라줬다. 무엇보다 신뢰가 가장 큰 소득"이라고 밝혔다.

현실론 속에서 찾은 답은 내려놓기다. 새 시즌을 앞두고 준비한 여러가지 것들은 모두 잊기로 했다. 스스로도 앞날을 모른다고 했다. 김 감독은 "우리는 최선을 다 해 준비했다. 이제부터 상황이 어떻게 바뀔 지는 아무도 모른다. 얻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덤으로 갖게 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마디는 빼놓지 않았다. "올해가 강원 창단 이래 가장 힘든 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해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강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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