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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로 돌아오는 이천수(32)를 바라보는 인천의 시선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개인적인 능력은 의심하지 않는다. 천수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내가 하기에 달렸다."
김 감독은 이천수가 가져올 공격진의 변화에 큰 기대를 드러냈다. 김 감독은 "정말 좋은 선수다. 앞으로 인천에서 섀도 스트라이커나 윙어로 뛸 수 있다. 모든 공격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기에 인천에 다양한 공격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2002년 태극전사 설기현(34)과의 공존을 노래했다. 측면 플레이를 중심으로 공격을 이끄는 만큼 설기현과 이천수가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박준태(전남)가 이적하며 생긴 전문 프리키커의 공백도 이천수가 메워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천수의 프리킥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공격부분에서 세트 피스 상황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시즌 10골 이상을 기대한다"고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설기현은 "천수가 합류하면 상대팀의 수비가 분산될 수 있다. 서로에게 큰 이득이 될 것"이라며 반겼다.
인천은 지난해부터 송영길 시장(인천 구단주)이 앞장서며 이천수의 영입에 적극 나섰다. 구단 창단 10주년을 맞아 인천 출신의 스타를 영입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마침내 2년 만에 뜻을 이뤘다. 인천은 공격 뿐만 아니라 구단 홍보에서도 '이천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반면 기대 만큼 우려도 크다. 이천수는 이전 소속팀마다 문제를 일으키며 좋지 않은 모습으로 팀을 떠났다. 컨트롤이 쉽지 않다. 특히 '조직력'이 강점인 인천에 이천수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 감독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그러나 부평고 선배인 김 감독은 '고교 후배'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그는 "한 팀에서 같이 있어 본적은 없지만 고등학교 선후배라는 인연이 있다. 난 선수를 믿는다. 앞으로 천수가 팀에 어떻게 녹아들지는 지켜봐야 한다. 나의 몫이다"라고 했다. 돌출행동을 일삼는 이천수를 '진짜 인천맨'으로 만들기 위해 또 다른 부평고 선배도 나섰다. 올시즌 인천의 주장을 맡은 김남일(36)이다. 김남일은 "팀에 적응하는 것은 천수의 몫이다. 본인의 의지가 없다면 뛰지 말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선배로서, 팀 동료로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적응을 도울 예정이다. 그는 "전남이 선처를 베풀어줘서 천수가 그라운드에 복귀 할 수 있게 됐다. 어렵게 복귀한 만큼 내가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 감독을 비롯해 인천 선수들은 이천수에게 따뜻한 품을 내줬다. 이제 남은 건 이천수의 몫이다. 그라운드에서 잃은 신의를 말보다는 행동으로 회복할 때다. 최소한 김봉길 감독과 인천 선수단은 이런 믿음 속에 이천수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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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