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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맨'김철호,'레전드'신태용 감독의 '7번' 단 사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2-19 06:15



'성남맨' 김철호가 올시즌 7번을 달고 달린다.

7번은 슈퍼스타 베컴, 피구, 라울 그리고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달았던 등번호, 중원의 에이스를 상징하는 번호다. 성남 일화의 7번은 더더욱 특별하다. 선수와 감독으로 성남의 7개 우승 트로피 중 6개를 선물한 '레전드' 신태용 전 감독의 등번호다. '영구결번' 논의가 오갔을 만큼 성남 팬들에게 '7번=신태용'으로 각인돼 있다. 지난 시즌 초 성남 새 유니폼 발표회에서 '애제자' 홍 철이 농담삼아 7번을 탐내자 신 감독은 곧바로 난색을 표했다. 성남에게도, 신 감독에게도 7번은 특별한 번호다. 그 7번을 김철호가 단다.

성남 레전드 '7번'의 후예

성남 구단은 최근 신 감독에게 7번을 김철호에게 물려주면 어떻겠냐는 의사를 조심스레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김철호는 김성환 홍 철 등 성남맨들이 줄줄이 떠나간 올해 남은 '최고참'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4년 데뷔 이후 성남에서 181경기에 나서 6골8도움을 기록했다. 신 감독과의 인연이 같하다. 2004년 신 감독이 선수로서 마지막해를 보내던 2004년 방장-방졸로 동고동락했다. 사령탑으로 돌아온 신 감독과 201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의 감격도 함께했다. 2011년 상무 입단 후 지난해 10월 컴백했고, 올시즌 ACL 우승 멤버로 유일하게 성남에 살아남았다. 성남팬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철호는 "7번이 영구결번인 줄 알았다. 감히 넘보지 못했는데, 2008년 (최)성국이형도 단 적이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레전드 번호'를 받게 된 소감을 묻자 특유의 나직하고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7번은 미드필더라면 한번쯤 꿈꾸는 번호다. 달아보고 싶었다. 물론 부담감도 있지만, 그 부담감을 느껴보고 싶었다."

성남맨, 안익수 감독과의 인연

"지도자 복이 있다"고 했다. 안익수 신임 성남 감독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시즌이 끝난 후 중국리그에서 복수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우리나이로 올해 서른한살이 된 김철호에겐 해외진출의 마지막 기회로 판단됐다. 고심끝에 중국행을 포기했다. 잔류를 택했다. '원클럽맨'으로 선수생활의 마무리까지 성남과 함께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잔류의 결정적인 이유는 "안 감독님 때문"이었다. "부산에서 안감독님이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못가겠구나' 생각했다"며 웃었다.

2004년 성남 입단 당시 성남 2군 코치로 있던 안 감독을 처음 만났다. 김철호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으시다. 다들 무섭다고 하는데 나는 어려서부터 함께해와서인지 무섭지 않다. 안 감독님의 축구스타일은 몸이 따라가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충실히 따라가기만 하면 분명히 실력이 는다는 확신이 있다"고 했다. 안 감독의 스타일을 묻는 후배들에게 "힘들지만, 겪어보면 안다"고 답해줬다. 안 감독과 함께남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배움'이다. 선수 이후의 삶까지 내다봤다. "많이 배워야할 때다. 선생님의 훈련법, 코칭방식, 포메이션과 움직임 등 이론적인 부분을 배우고 싶다"며 웃었다.

지난해 상주상무에서 제대해 돌아온 성남은 떠날 때 성남과 너무 달랐다. 홈 13경기 무승은 악몽이었다. ACL 우승 때와의 차이점을 묻자 "뭔가 끈적한 게 없었다"고 했다. "당시엔 (장)학영이,(조)병국이형, 사샤가 팀을 잘 이끌었다. 형들이 앞장서서 몸을 던지니 후배들은 저절로 따라왔다." 올시즌 선배들의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골키퍼 (전)상욱이형, (황)재원이형은 솔선수범하는 고참"이라고 했다. 김철호 역시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선배다. "성격상 후배들에게 욕도 잘 못하고, 쓴소리도 못한다. '옛날에 우리는' 식의 잔소리는 정말 하기 싫다"며 웃었다.


지난 시즌 부진과 '성남맨'들의 이적으로 실망했을 팬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홍 철, 김성환 등 아끼고 좋아했던 선수들이 떠나 실망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프로라는 게 어쩔 수 없다. 감독이 바뀌면 새 스타일에 적응해야 하고, 팀이 바뀌어도 잘해야 하는 게 프로다. 가기 싫어도 가야할 때가 있고, 남고 싶어도 남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나는 운좋게 남게 됐지만 떠난 선수들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응원해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7번'을 단 김철호는 에이스로서의 당찬 꿈도 드러냈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길은 이기는 것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는 것밖엔 없다. 지는 경기는 하고 싶지 않다. 특히 홈에서는." 이기는 것도 '습관'이란 점을 강조했다. 3년 전 우승의 추억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 "우승의 기분을 꼭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너무 좋았던, 꿈같았던 그 기분을…."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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