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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최용수 제2의 비상, 새 탈출구를 찾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2-18 09:47



2012년은 그의 해였다.

대행 꼬리표를 뗀 첫 해 K-리그를 제패했다. 처음으로 한 구단에서 선수(2000년), 코치(2010년), 감독(2012년)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신인상(1994년)과 MVP(2000년), 감독상(2012년)을 싹쓸이하는 첫 K-리거로 역사에 남게됐다. 최고의 '뉴스메이커'였다.

해가 바뀌었고, 그는 2년차 사령탑이 됐다. '독수리'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기지개를 켠다. FC서울이 17일 귀국했다. 지난달 괌에서 1차 동계전지훈련을 실시한 서울은 이날 일본 가고시마 2차 전훈을 끝내고 돌아왔다. 괌에서는 단계별 프로그램을 통해 체력을 끌어올렸다. 가고시마에서는 실전 감각을 극대화했다. 우라와 레즈, 주빌로 이와타, 시미즈 S-펄스, 교토상가, 마쓰모토 야마가 등과의 연습경기에서 1, 2군 선수들을 전원 기용하며 4승1무2패를 기록했다.

최 감독은 제2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날 만난 그는 새로운 탈출구를 찾은 듯한 밝은 모습이었다.

두 번째 왕좌 가능할까

2003년 이후 약 10년간 K-리그에는 연패가 사라졌다. 전력이 평준화됐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의 동반 우승도 없었다. 최 감독은 그 문에 도전장을 냈다. K-리그 클래식 2연패와 함께 아시아 정상 도전을 선언했다.

계사년, 그라운드에 드디어 봄이 오고 있다. 클래식은 다음달 2일 디펜딩챔피언 서울과 FA컵 우승팀 포항의 개막전을 필두로 9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챔피언스리그가 먼저 시작된다. 베갈타 센다이(일본), 장쑤 순톈(중국),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함께 E조에 편성된 서울은 26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장쑤 순톈과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2013시즌의 출발점이다.

서울은 큰 변화가 없었다. '경남의 보물' 윤일록의 가세가 유일한 영입이었다. 반면 박희도 김태환 이종민 등이 이적했다. 정조국 김동우 문기한 등도 군입대로 팀을 떠났다. 최 감독은 올해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재계약 첫 해 걸림돌은 산적하다. 2년차 징크스를 뚫어야 한다. 전북, 수원, 울산 등 정상 등극에 실패한 라이벌 팀들의 거센 도전도 예상된다.


최 감독은 즐기고 있다. 그는 "선수 면면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팀은 달라져야 한다. 지난해와는 완전 다른 팀이 돼야 한다. 그것이 나의 숙제였다"며 "전지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새로운 저력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시즌 개막이 기대된다"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서울의 봄, 어떤 변화가 있을까

서울은 2년 전 귀중한 경험을 했다. 2010년 10년 만의 K-리그 우승컵과 포옹했다. 그러나 2011년 좌절의 뼈아픈 맛을 봤다. 황보관 전 감독은 꽃을 피우기도 전에 지고 말았다. 시즌 초반인 4월 물러났다. 우승 후유증이었다. 최 감독이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뒷심 부족에 울었다. 그 해의 성적표는 무관이었다.

최 감독은 전술 다변화로 물꼬를 트고 있다. 그는 지난해 4-3-3으로 재미를 봤다. 수비 안정과 '데몰리션' 데얀과 몰리나의 파워가 중심이었다. 올해 4-3-3에다 4-4-2, 3-4-3 등 다양한 시스템으로 맞춤형 공략을 선택했다. 상대에 따라 전술은 달라진다. 21세 윤일록이 큰 힘이었다. 그는 동계전훈동안 완벽한게 팀을 적응하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공격과 중원에 연쇄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 최 감독의 설명이다. 4-3-3은 안정, 4-4-2와 3-4-3은 다양한 공격 패턴의 실험이다. 스리백에 대한 생각도 확고했다. 그는 "축구 전술의 교범인 이탈리아가 스리백으로 회귀하고 있다. 스리백은 더 이상 수비형 전술이 아니다. 더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 올시즌 서울은 공격에 좀 더 무게를 두는 화끈한 축구를 구사할 예정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경쟁이 힘이다, 허물어진 경계

가고시마에서 서울과 연습경기를 가진 일본 프로팀들은 "K-리그 다른 팀과는 레벨이 달랐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더 강해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최 감독의 리더십은 특별했다. 자율 속에 규율은 엄격했다. 선수 장악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올해 서울은 긴장과 경쟁, 희망이 상생하고 있다. 최 감독은 "클래식 팀들 중 우습게 볼 팀은 한 팀도 없다. 단 1~2분이라도 집중력을 놓으면 결과는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한 경쟁의 틀속에서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도 사라졌다. 클래식과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진용은 더 두터워져야 한다. 부상과 징계 등 곳곳에 숨어 있는 변수들도 이겨야 한다.

시미즈로 임대된 김현성이 복귀했다. '새내기' 박희성 김남춘 이상협 문동주 등도 프로무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팀 옷에 맞지 않는 순간 누구라도 도태될 수 있는 분위기다. 올시즌 서울 에너지의 원천이다. 최 감독은 "영원한 주전은 없다. A급과 B급도 없다. 주전, 비주전 선수들의 기량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 전지훈련의 가장 큰 수확이다. 재미난 시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막을 앞둔 프로축구는 폭풍전야다. 2013년 서울, 개봉박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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