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갖춘 호날두, 퍼거슨 감독도 호평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2-14 09:47


사진캡처=더선

크리아스티아누 호날두(28)는 맨유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에 안착했다. '애제자'를 보낸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잉글랜드와 스페인 축구의 자존심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 두 팀이 2012~2013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충돌했다. 1차전은 14일(이하 한국시각) 마드리드 안방에서 휘슬이 울렸다.

포르투갈 출신의 호날두는 퍼거슨 감독이 키운 보물이다. 2003년부터 6시즌을 함께했다. 292경기에 출전, 118골을 터트리며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성장했다. 리그 우승 3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리그컵 우승 2회, 클럽월드컵 우승 1회 등 환희의 역사를 함께했다. 호날두는 맨유 시절인 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발롱도르를 품에 안았다. 물이 차면 넘치고, 달이 차면 기운다. 호날두는 2009년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맨유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맨유 입단 당시 1225만 파운드(약 228억원)였던 이적료는 8000만파운드(약 1644억원)로 폭등했다. 퍼거슨 감독은 아쉬움이 진했다. 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막다른 골목에서 만났다. 16강전에서 패하는 팀은 탈락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는 양보할 수 없는 승부다. 90분 종료 휘슬이 울렸다.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1대1로 비겼다. 하지만 감동적인 승부였다. 전반 20분 맨유의 웰백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10분 호날두가 날았다. 헤딩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호날두는 예의를 갖췄다. 표정에서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동료들에게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는 손짓을 했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후 호날두를 향해 엄지를 세웠다. 그는 "믿을 수 없는, 놀라운 헤딩슛이었다. 막기 힘든 슛이었다. 공기 중에 마치 멈춰 있는 듯한 점프와 채공력이었다"며 "하프타임에 에브라를 불러 왜 호날두를 막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골장면 리플레이를 보고 나서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옛 팀을 상대로 플레이한다는 점은 호날두에게 있어서도 감정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맨유에서 6년이나 뛰었다. 그렇지만 호날두는 여전히 위협적이었다"고 했다.

호날두의 뒤에는 조제 무리뉴 감독이 버티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 사령탑 시절 퍼거슨 감독과 라이벌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2차전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혈투가 펼쳐질 것"이라며 "8강에 올라갈 수 있는 확률은 50대50이다. 우리는 맨유 원정길에서 1골 이상을 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지에서 비긴 맨유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0대0으로 비겨도 8강에 오른다. 2차전은 다음달 6일 맨유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다. 호날두로서는 4년 만의 친정방문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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