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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공약 진단에서 선두는 20년간 비주류의 길을 걸은 허 회장이었다. 'New KFA, 한국 축구의 미래를 답하다'라고 슬로건을 내건 그는 27점을 받았다. 그동안 키운 치밀함은 공약집에 묻어났다.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공약이 가장 구체적이고 세밀했다. 정 총재가 25점, 윤 의원이 24점, 김 회장이 22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축구계 소통과 화합
4년 전 제51대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조중연 현 회장은 첫 머리에 '포용을 통한 화합, 발전을 향한 변화'를 내걸었다. 그러나 그는 소통과 화합에 실패했다. 여와 야로 갈기갈기 찢어졌다. 소통과 화합이 이번 선거에서도 최대 이슈가 된 것은 한국 축구의 아픔이다.
윤 의원은 여야 구분없는 탕평책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경영, 기술전문가를 중용하겠단다. 중립 성향인 점에서 실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 받아 9점을 받았다. 조중연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는 김 회장도 탕평책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윤 의원보다 낮아 8점을 받았다.
'빅2'인 허 회장과 정 총재는 희비가 엇갈렸다. 정 총재의 최대 약점은 '현대가(家)의 재탕'이란 점이다. '세대별·분야별 축구인들 부회장단 영입, 의견수렴 기구 설치' 등의 공약에도 의문분호가 달렸다. 걸어 온 기득권의 한계가 묻어있다. 정 총재는 MJ(정몽준 명예회장)의 영향력 하에 있다. 현대가는 피아식별이 명확했다. 야권이 축구협회에 발을 붙이기 쉽지 않았다. 정 총재의 평점은 7점이었다.
허 회장은 거추장스럽지 않았다. 그는 "공감할 수 있는 옳은 계획과 실천력이 있으면 화해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을 집행하는 분들이 희생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측근 인사 배제와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해 온라인 회장실을 설치키로 했다. 마지막 도전이라는 점에서 높은 진정성을 인정받아 9점을 얻었다.
축구 인프라 구축
A감독은 "축구 인프라 구축은 더 이상 늦춰지면 실기하게 된다. 이번 회장선거에서 어떻게든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은 위기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대응은 무디다.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 후보는 허 회장으로 평가됐다. 그는 등록 선수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3만6000여명인 등록 선수를 4년 임기 동안 2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100만명 확보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등록 선수가 늘어나면 저변은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K-리그도 시군구까지 8개 리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한 점이 감안돼 10점 만점을 받았다.
축구협회 산하 연맹을 운영한 김 회장과 정 총재는 각각 '축구인구 증대, 축구계 일자리 확보', '안정된 K-리그 승강제 구축, 유소년-여자축구 확대' 등을 주장했지만 구체성이 부족해 9점에 만족해야 했다.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인천시축구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윤 의원은 엘리트-생활체육 점진적 통합, 유소년 축구 활성화, 스포츠 비리근절법안 발의 등을 내세웠지만 축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추진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7점이었다.
국제 축구 외교력 강화
MJ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선거에서 낙선하면서 한국 축구의 외교력은 설 자리를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런던올림픽 직후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한 저자세 외교로 온 국민의 원성을 샀다. 축구 외교력 강화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프로연맹 수장으로 수시로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의에 참석한 정 총재의 공약이 으뜸이었다. '축구인재 육성, 영국·독일 등 축구 선진국과 협력 시스템 도입, 교류 프로그램 확대 발전'을 제시했다. 노하우를 앞세워 야심차게 추진하면 실현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판단돼 9점을 받았다. 허 회장은 박지성 이영표 등 인지도 높은 축구 외교 인재 육성에 대해서 호응을 받았지만 FIFA에 집행위원을 포함 10명, AFC에 20명의 상임위원 진출 추진(10(FIFA)-20(AFC) 프로젝트)은 다소 '뜬구름' 잡는 측면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점은 8점이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인 윤 의원은 외교 전문가 스카우트, FIFA-AFC 등 교환 프로그램, 남북 교류 활성화 등이 공약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점에서 힘이 느껴지지만 국제 축구계와는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허 회장과 같은 8점이었다. 반면 김 회장은 외교력 강화와 관련해 이렇다할 공약이 없어 5점에 그쳤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