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QPR 리빌딩? 공격수부터 신경 써!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2-12-26 10:19 | 최종수정 2012-12-26 15:55


<사진=SBS ESPN 화면 캡처>

그토록 고대하던 첫 승은 거두었지만 팀은 여전히, 아니 더욱 심하게 흔들리는 듯하다. 풀럼전 승리의 기쁨은 뉴캐슬전 패배와 함께 한순간 꿈으로 날아가 버렸고, 레드납 감독이 입을 열 때마다 고액 연봉자에 대한 쓴소리, 보싱와와의 불화 등 팀의 내홍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네이션스컵 차출 및 팀 이적 문제를 입에 올리며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 타랍과 음빌라 포함 선수 영입 문제까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가 '공격수'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제로톱 실험 뒤 다시 공격수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레드납 감독은 부임 후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 중앙 미드필더의 구성을 정삼각형에서 역삼각형으로 바꾸는 것과 더불어 정통 공격수 시세를 배제하고 측면 자원 막키를 최전방으로 올리는 이른바 '제로톱'의 신발을 강등 탈출에 힘쓰는 QPR의 발에 신겨본 것. 다만 이는 데뷔전이었던 선더랜드전 포함 총 5경기를 치르는 동안 2경기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두 번째 경기였던 위건전에서는 후반 13분 시세를 재차 투입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풀럼전, 뉴캐슬전에서는 연이어 시세를 선발로 내세우며 방향을 뚜렷이 했다.

그럼에도 골에 대한 갈증은 쉽사리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기대했던 모습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나 멀었던 시세, 그리고 이 선수말고는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 세울 수 있는 자원이 아예 없다는 것이 QPR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답답했던 시세-자모라 투톱 구조 속에 등장해 한 줄기 빛을 선사했던 앤디 존슨은 얼마 못 가 시즌 아웃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서를 받아들었고, 두 달 뒤에는 자모라마저 쓰러졌다. 더욱 슬픈 건 한두 달 뒤 돌아올 이 선수의 존재도 QPR엔 그리 큰 힘이 되지 못할 것이란 데 있다.

공격수의 덕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던 QPR.

18라운드까지 진행된 12-13 EPL 득점 순위는 어떠할까. 최다 득점은 44골을 터뜨린 맨유의 몫이고, 정반대로 최소 득점은 15골을 터뜨린 스토크시티, 애스턴 빌라, QPR의 차지였다. 그 중 스토크시티는 15골을 터뜨리는 동안 13골만을 내줘 현재 9위이며, 16위 애스턴 빌라는 QPR(31골)보다 많은 수치인 32골을 내주었지만 그 와중에도 4승 6무 8패의 성적으로 승점 면에서는 QPR보다 8점이나 앞서 있다. 강등권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레딩과 위건도 각각 21골, 18골을 터뜨리며 QPR보다는 나은 처지다.

팀 내 득점 순위를 살펴봐도 답이 안 나온다. 그동안 팀 내 최다 득점자는 3골을 작렬한 자모라였는데, 이 기록은 이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 거의 한 달 정도가 지나서야 풀럼전에서 두 골을 터뜨린 타랍의 4골에 의해 가까스로 경신됐다. 그밖에 시세 2골, 마키 2골, 그라네로 1골, 호일렛 1골, 넬슨 1골, 상대 자책 1골이 줄을 잇고 있다. 얼핏 보면 적지 않은 선수들이 골고루 골을 터뜨리며 건강한 팀처럼 보이지만, 그것도 팀이 정상적인 득점 궤도에 올랐을 때나 해당하는 얘기다.

결과도 결과지만, 공격의 내용이 더욱 심각한 문제.


시즌의 반환점을 앞둔 현재, 경기당 0.78골을 터뜨렸다. 그런데 이보다 심각한 건 공격을 풀어가는 내용이다. 15골을 터뜨리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연계 플레이에 의해 '골처럼 들어간 골'의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다. 상대 수비의 몸을 맞고 굴절되는 행운성 골도 꽤 있었고, 상대 골키퍼의 선방 이후 연결한 리바운드 골도 적지 않았다. '모로 가도 골로만 가면 된다'고 합리화하고, 그동안의 '행운'만 믿고 가기엔 이번 시즌은 아직도 한참 남았다.

그렇다고 타랍만을 믿고 갈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강등권 경쟁이란 것이 상대적인 싸움이다 보니 중하-최하위권 팀들과의 일전에서 승점을 차곡차곡 쌓아내기만 해도 청신호를 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선 이마저도 확실한 보장이 없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꺾어 들어가고 슈팅 각만 열리면 페널티 박스 밖 다소 먼 곳에서라도 과감히 중거리 슈팅으로 이어가는 현재 패턴은 상대 수비진들이 수비 블럭을 형성해 대비한다면 고전할 가능성이 무척이나 크다. 하다못해 이 선수가 조국의 부름에 응해 네이션스컵에 참가했을 땐 이런 플레이조차도 기대하기 어렵다.

또, 이런 패턴 속에 원톱 시세는 '허수아비'가 되었음도 짚어봐야 한다. 올 시즌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는 오프사이드에 걸려 두 팔을 들어 항의하는 모습 정도인데, 현재 이 선수에게는 상대 수비를 끌고 나오는 힘도 부족하다. 그 상황에서 약간의 희망은 보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타랍과 마키의 독단적인 플레이는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기에도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 무엇보다도 절실한 '공격진의 물갈이', 곧 열릴 겨울 이적시장에서 반전을 불러일으킬 선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다시 2부 리그로 추락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