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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용수 10대1 인터뷰]②뱃살논란 종지부, " 뱃살 빼면 중심 잃는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12-25 17:09 | 최종수정 2012-12-26 08:12


◇최용수 FC서울 감독 구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ㅡ뱃살 뺄 생각 없니.(최은성·41·전북)

당신은 현역이고, 나는 지도자로서 입장이 다르잖아.(웃음) 내 성격에 선수들과 함께 뛰면 단점이 다 보여. 그러면 중심을 잃게 된다. 배가 나와도 인간 최용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내 기준에 감독이 선수처럼 뛰다보면 판단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역효과가 올 수 있다. 그래서 뱃살을 뺄 필요가 없어.(웃음)

ㅡK-리그 우승 축하해. 근데 다른 감독님들이 네 우승을 보고 모두 독기가 올랐을텐데, 디펜딩챔피언으로 내년 시즌 대비책 좀 알려줘.(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43)

형님 다운 질문입니다.(웃음) 우승후유증에 대해 스크린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백지 상태에서 출발할겁니다. 내가 변하지 않고, 스스로 타협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무한애정 주면서 양지든, 음지에서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것입니다. 솔직히 2연패는 바라지 않습니다. 욕심을 내기보다는 차분하게 기본을 중요시하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예라는 것을 모르면 서울 감독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생존경쟁이 치열하지만 우린 동업자입니다. 인간미 없는 감독은 필요없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ㅡ현역 생활 하실 때 골을 많이 넣으셨는데요. 어떤 골 세리머니가 기억에 많이 남으세요.(황진성·28·포항), (김승용·27·울산)

역시 광고판 세리머니지. 연-고전(최 감독은 연세대 출신) 때 모 선배가 골을 넣고 응원 단상에 올라가더라. 난 그 때 고3이었는데 나도 언젠가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 7년이 지나고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기회가 왔지. 단상은 아니지만 광고판에 올랐는데 광고판이 부실해서 팔이 부러질뻔했다.(웃음) (하)석주 형 왈 선수가 안보여 황당했다고 하더라.(웃음)

ㅡ1996년 올림픽에서 내가 와일드카드로 팀에 합류하면서 최고참이 됐다. 그때 선수들이 다 모여 있는데 네가 식당에서 선수들을 주도해서 한 얘기가 있지. "하석주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이 얘기 기억하니. 이제야 물어본다. 당시 왜 그랬니. 최고참에 대한 아부였냐.(하석주 전남 감독·44)

(파안대소) 립서비스는 아니었고요. 선수 때 모범사례를 많이 보여주셨잖아요. 그 당시에는 형님만 믿고 따라가면 정말로 큰 걸 할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솔직한 심정이었고, 신뢰가 있었죠. 세월이 지나고 지도자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 형님은 몇 안되는 미래가 보이는 지도자 중 한 명입니다. 곧 실현이 될 것입니다.(웃음)


ㅡ같은 공격수로서 궁금합니다. 선수 시절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가요.(김신욱·24·울산)

멕시코전(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 기억에 남아. 난 뛰지 못했어. 못 뛰니 앞이 안보이더라. 젊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을 때였지. 본선에서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 방에서 벽을 치고 땅바닥을 두드리며 울분을 토하고 있을 때, 그 때 룸메이트가 (홍)명보 형이었어. 성격이 불같지만 30분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더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어서 모든 것을 쏟아낼려고 했어. 명보 형이 인생을 바꾸어줬어. 감정을 제어하지 않고 쏟아냈을 때 그 이후를 생각해보라고 하더라. 네가 가져갈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그 때 생각을 고쳤어. 그 덕에 4년 뒤인 2002년 한-일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들 수 있었다.
구리=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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