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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섞은 현란한 말잔칫상이었다.
2013년은 새로운 도전의 해다. '초보'의 탈을 벗었다. 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진검승부는 내년부터"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계사년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다. 10대1 답변 속에 과거의 추억과 올해의 환희, 내년의 밑그림과 철학이 담겨 있다. '자연인' 최용수의 진면목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ㅡ현역시절부터 너와 나의 인연은 참 질긴 것 같다. 이제 적장으로 마주서게 됐구나. 나는 재미있을 것 같은데, 너는 어때.(서정원 수원 감독·42)
내 축구 인생에 가장 큰 실수가 도쿄대첩에 감독님께 헤딩 패스한 것입니다.(웃음 뒤 한참 뜸을 들이더니) 감독님은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죠. 참 많은 사랑을 독차지하셨습니다. 지도자로 대면하면 내가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저와는 견줄 수가 없죠. 내년 K-리그를 뒤흔들 축구를 하실 것 같은데 너무 기대됩니다.(최 감독은 이 말 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ㅡ말 타고 나오실 때 우리가 샴페인 뿌려서 말이 놀래 떨어질 뻔 하셨는데 원망스럽지 않으셨나요.(하대성·27·서울)
죽이고 싶었다.(폭소) 너희들에게 무한애정을 보냈는데 배신했다. 말이 놀랬고, 나도 식겁했다. 고의적으로 샴페인 뿌린 '놈'을 다 기억하고 있다. 복수할 것이다.(웃음)
ㅡ어린이 날 경기 전 케익을 사주셨는데 지면 다시 회수한다고 하셨잖아요. 정말 그러실 생각이셨는지. 내년에는 기혼자 뿐 아닌 전 선수에게 케익을 부탁드립니다.(최태욱·31·서울)
회수를 할 수도 없고, 내가 그런 스타일이 아닌 것을 너도 잘 알잖아. 무리뉴 정도 연봉을 받으면 너희들의 사돈에 팔촌까지 케익을 사줄게.(웃음)
ㅡ선수, 지도자로 이뤄낸 우승 중에 어떤 우승이 더 기억에 남나요.(김상식·36·전북)
올해 우승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순리가 있는데 너무 빨리왔다. 수석코치로 참모 역할을 좀 더 하면서 배움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우승은 늘 독이 될 수 있다. 난 욕심이 많다. 열정은 가득하다. 기억에 남을 우승은 미래에 있을 것이다.
ㅡ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자신과 정말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면.(김치곤·29·울산)
아무도 없다. 나는 '내'다. 닮을 수가 없다. 난 개성 표현이 하루가 다르게 업그레이드 된다. 나를 닮아서도 안 된다. 큰 일 난다.(웃음)
구리=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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