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그 자체였던 '난놈' 신태용의 2012년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11-29 08:53


성남일화와 강원FC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B그룹 43라운드 경기가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성남 신태용 감독.
성남=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11.28/

신태용 성남 감독에게 올시즌은 시련 그 자체다.

K-리그 최고의 선수였던 신 감독은 감독 부임 후에도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후에는 스스로를 '난 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시즌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FA컵 우승을 일궈냈다. 최고 대우로 재계약을 따낸 올시즌은 신태용 감독인생의 최고의 해가 될 것이라고 여겨졌다. 부임 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받았다. '40골을 넣을 것'이라던 특급 외국인 선수 요반치치, K-리그에서 검증된 한상운 윤빛가람 황재원 김성준 등을 영입했다. 신 감독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K-리그에서 동반 우승하겠다"며 특유의 자신감을 보였다. 시작은 좋았다. 홍콩 구정컵서 엄청난 공격력을 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모두가 성남을 우승후보라고 했다.

그러나 시즌 시작과 함께 수비진의 줄부상이 이어졌다. 기대를 모았던 영입파 선수들은 적응에 실패했다. 슈팅이 번번히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조별탈락했고, K-리그에서는 그룹B로 추락했다. 이후 신 감독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이어졌다. 서포터스는 '팀의 영원한 레전드'인 신 감독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시즌 중반 팀에 과감한 개혁의 칼날을 들이댔지만, 이마저 성공하지 못했다. 17일 광주전에서는 3-0으로 앞서다 3대4로 역전패하기도 했다. 신 감독이 프로생활 18년만에 처음 경험해 본 일이다. 21일 대구전을 앞두고는 홍 철이 맹장염 수술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신 감독은 "18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 경기전에 실려가 맹장수술을 받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신 감독의 올시즌은 마지막까지 잔혹했다. 성남은 28일 강원과의 마지막 홈경기마저 0대1로 무너졌다. 홈 13경기 연속 무승(4무9패)을 이어가며 마지막 순간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신 감독은 "2012년을 돌아보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련을 다가왔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좀 더 늦게 시련이 왔다면 반성보다는 자만을 했을 것 같다. 감독 생활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언제나 당당한 신 감독이지만 만만치 않은 내상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는 "겉은 웃지만 속은 타들어갔다.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추스리고 있을 뿐"이라며 씁쓸히 말했다.

그러나 희망찬 미래를 노래했다. 신 감독은 보다 나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공부에 여념이 없다. 신 감독은 "지난주에 파주에서 진행한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했다. 교육을 받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는 죄송하다. 올시즌 시련은 내가 성장하는데 큰 보약이 될 것이다.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올시즌 개선전을 접목시켜 내년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며 부활을 약속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