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겠다는 최만희감독, "단장아닌 구단주와 논의"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11-29 08:46



"30년만에 처음으로 강등된 감독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광주 최만희 감독은 마음이 착잡했다. 이어 책임에 관해 입을 열었다. "내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 지겠다"면서 "잘 알고 있다시피 단장하고 얘기할 수 없지 않나. 시간을 두고 구단주와 책임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박병모 단장과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서 더이상 감추지 않았다. 28일 대구에 0대2로 패배, 강등이 확정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최 감독은 앞선 17일 성남과의 경기 뒤 박병모 단장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었다. 전반에 3골을 내주고 연달아 4골을 몰아치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경기였다. 하지만 최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단장이라는 사람이 0대3으로 지는 것을 보고 그냥 가버렸다. 수장이 돼가지고 선수들을 격려해주고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팀이 지길 바라는 사람이랑 똑같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감독이 힘을 받겠냐." 최 감독이 기자회견장에서 나간 직후 당황한 광주 구단 홍보직원이 황급히 사태 수습에 나섰다. "감독님이 오해하셨다. 단장님은 아직 경기장 근처에 계신다. 후반전이 끝날 때까지 정철수 성남 사무국장과 함께 VIP석에서 관전하셨다"고 해명했었다.

이날 강등전쟁의 치열함을 대변하듯 경기 전부터 라커룸에는 겨울의 한파 못지 않은 냉기가 가득했다. 대구를 상대로 승점 1이라도 벌어야 잔류의 희망이 생기는 광주였다. 최 감독은 애써 긴장감을 감추려 노력했다. 기자들을 만나자 "할 얘기가 뭐가 있겠나"면서 입을 열었다. 강등 경쟁도 피말리지만 팀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이 더 마음에 걸렸다. 이날 광주는 공격수 복이가 부상으로 결장했다. 중앙 수비의 중심인 이 용과 정우인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최 감독의 걱정대로 광주는 주전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전반 26분 인준연에게 선제골을 허용한데 이어 후반 16분 최호정에 추가골까지 내줘 0대2로 졌다. 반면 강등경쟁을 펼치던 강원은 성남을 1대0으로 제압하고 1부리그 잔류 티켓을 거머쥐었다. 대전 역시 전남에 1대3으로 패했지만 광주의 패배로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우리가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라 몸이 경직됐다. 창단된지 2년된 팀과 경험이 많은 팀의 차이인 것 같다. 광주가 한 단계씩 올라가는 과정에 있는데 안타깝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강등된 감독이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최 감독은 고개를 숙이고 퇴장하는 선수들의 손일 일일이 잡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선수들을 위로하는 감독의 마음도 편할 리 없었다.
대구=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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