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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결승골' 코니 "전남가면 '쏘리'만 해야겠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11-15 00:38 | 최종수정 2012-11-15 08:45


전남 수비수 코니. 가고시마=하성룡 기자

지난 2월이었다. 전남의 동계 전지훈련 캠프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만난 코니(27)는 K-리그에서 뛰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호주리그에서 뛰면 대표팀 발탁이 어렵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를 선호한다. 한국은 아시아의 축구 강국이다. 한국에서 뛰면 해외파로 인정받아 대표팀에 발탁되기 쉽다."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코니의 '코리안 드림'은 호주 대표팀 발탁이었다.

꿈이 이뤄졌다. 2009년 쿠웨이트와의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예선에 교체 출전으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코니가 3년 만에 자신이 뛰고 있는 한국에서 A매치 두 번째 출전을 이뤄냈다. 첫 선발 출전 기회였다. 상대는 K-리거를 주축으로 한 최강희호. 14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2년 한국의 마지막 A매치에서 코니는 1-1로 맞선 후반 42분 결승골을 넣으며 호주에 승리를 선사했다. 호주 출신의 K-리거가 최강희호를 무너뜨린 셈이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과 호주 국가대표팀의 평가전이 14일 저녁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호주의 코니(11번)가 결승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화성=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1.14/
그의 결승골만큼 대표팀 합류도 극적으로 이뤄졌다. 코니는 경기 이틀전 오지크 호주 감독의 전화를 받았다. 매트 맥카이(29·부산) 등 세 명의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자 오지크 감독이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코니를 깜짝 발탁한 것. 당시 전남 광양의 집에서 PS3(비디오 게임)을 하다가 전화를 받은 그는 뛸듯이 기뻤다.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단 하루 대표팀 훈련에 참여한 그는 또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교체 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던 차에 14일 아침을 먹은 뒤 선발 출전 소식을 들었다. "내가 가진 모든것을 보여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A매치 데뷔골과 함께 꿈만 같던 3일간의 대표팀 나들이를 끝냈다.

경기를 마친 그의 입에서는 '서프라이즈(놀람)'이라는 말이 계속 흘러 나왔다. 코니는 "경기 선발 출전 자체로도 놀랐는데 결승골까지 넣어 나도 놀랐다. 정말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출전에 가족들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후 호주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본 가족과 통화를 했다는 코니는 "어머니가 내 골을 보고 우셨다고 하더라. 여자친구도 함께 기뻐해줬다"며 웃었다.

한국전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다. 스파이로의 변신이었다. 그는 "한국 선발 명단이 발표되자 오지크 감독이 나를 불러서 한국 선수들의 특징을 물었다. 나는 경험 많은 이동국, 스피드가 좋은 이근호 등 선수들을 모두 설명하는 등 스파이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돌아가야 할 곳을 알고 있다. K-리그, 전남의 클럽 하우스다. 15일 전남에 합류하는 그는 "전남 동료들이 골을 넣은 나를 자랑스러워 할 것 같다. 하지만 계속 웃으면서도 조심해야겠다. 당분간 '쏘리(Sorry)'를 입에 달고 살아야 겠다"며 몸을 사렸다.


코니의 또 다른 목표는 두 가지. 전남의 강등 탈출과 호주 대표팀 발탁이다. 그는 "전남의 경기력이 최근에 많이 좋아졌다. 강등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내년에도 전남이 K-리그에 잔류하는게 내 목표"라고 밝혔다. 또 그의 시선은 2013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주는 12월, 북한 홍콩 괌 대만 등과 동아시아대회 예선을 치른다. 본선에 진출하면 한국과 재대결이 가능하다. 코니는 "2013년 한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대회에 호주 대표로 출전하고 싶다"며 또 다른 '코리안 드림'을 마음에 새겼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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