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무대였다. 목적은 하나였다. A대표팀의 주축인 유럽파들의 대체자원들을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초점은 수비진이었다. A대표팀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경기에서 4골을 내주었다. 새로운 자원들이 필요했다. 곽태휘(울산)와 이정수(알 사드)를 제외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자원들을 소집했다.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와 김기희(알 사일리아) 김영권(광저우)을 불렀다. 이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소(TSG)가 발간한 2012년 런던올림픽 기술보고서에서 '체계가 잡혀있고 조직적인 수비(Disciplined, well-organised defence)'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K-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정인환(인천)도 차출했다.
기대 이하였다. 중앙 수비수들은 개인적인 역량도, 수비 전술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호주 공격진들의 문전 진출을 쉽게 허용했다. 문전에서 공을 걷어내는데 급급했다. 후반 말미에는 전술적으로도 무너졌다. 수비진의 간격 유지는 실패했다. 집중력도 떨어졌다. 최 감독으로부터 테스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듯 했다.
측면 공격수들도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 27분 이근호의 교체 아웃이 분기점이었다. 이근호의 공백은 컸다. 이전까지 한국의 공격은 이근호가 이끌었다. 많은 활동량과 감각적인 패스 연결로 볼이 유려하게 돌아갔다. 이근호가 있었기에 한국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김형범(대전)이 대신해 들어갔다. 이후 한국의 공격은 무뎌졌다. 이승기나 김형범 모두 이근호는 물론이고 이청용(볼턴)이나 손흥민(함부르크) 등 유럽파들을 넘어서기에 부족한 모습이었다. 최재수(서울)와 김창수(부산) 역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대체 전술도 없었다. 후반 중반 이후 한국은 김신욱의 머리를 향해 공을 높이 올리는 '뻥축구'를 구사했다. 다른 전술은 없었다. 전반 교체로 들어갔던 김형범을 다시 교체하는 전술적인 우도 범했다.
중앙 미드필더들의 재발견은 긍정적이다. 최 감독은 황진성(포항)을 꼭지점으로 놓고 하대성(서울)과 박종우(부산)로 이어지는 정삼각형 라인을 구축했다. 황진성과 하대성은 개인 기술과 패싱력에서는 K-리그 최고의 자원들이다. 이들은 유려한 패스 연결로 팀공격을 이끌었다. 중앙에서의 수비 가담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들이 내년 3월 26일 열릴 카타르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유럽파들을 넘기는 쉽지 않다.
화성=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