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카드 절반의 성공, 복잡해진 최강희의 구상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11-14 20:54


◇이동국이 1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호주와의 친선경기에서 전반 11분 이승기가 올려준 크로스를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 슛이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한국이 기선을 제압했다. 화성=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경기장에서 보여주겠다."

짧고 간결했다. 최강희호에 재승선한 이동국(33·전북)의 의지는 결연했다.

지난 9월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마친 이동국은 이란전 소집명단에서 제외됐다. 우즈벡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기는 했지만,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볼을 끌고 다녀 공격의 전체적인 스피드가 느려진다는 혹평도 나왔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애제자 이동국을 제외한 채 나선 이란 원정에서 0대1 패배를 당했다. 공교롭게도 이동국은 이란전 명단 발표 후 K-리그에서 펄펄 날았다. 7경기 7골로 원샷원킬의 능력을 자랑했다. 무언의 시위와도 같은 득점 행진에 최 감독이 다시 손을 내밀었다. 소집 과정에 이동국을 둘러싼 불편한 시선도 존재했다. 이동국은 "(주변의 시선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모든 것은 경기장에서 보여주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최대 무기인 득점포는 여지없이 가동됐다. 오른발 발리슛으로 만든 선제골 장면은 최근 K-리그를 통해 절정에 달한 이동국의 득점감각과 타고난 위치 선정 능력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최대한 간결한 플레이를 하기 위한 노력도 엿보였다. 수비수와 치고 빠지는 패스를 연결할 때는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빠르게 템포를 가져갔다. 문전에서는 한층 적극적인 몸놀림을 선보이면서 호주 수비수들을 긴장시켰다. 체격을 앞세운 상대와의 몸싸움 역시 주눅들지 않고 맞대응을 하는 등 원톱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다만 선제골 이후가 아쉬웠다. 이렇다할 득점 상황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후반전에 김신욱(울산)이 투입된 뒤 중원을 거치지 않는 공격이 이어지면서 위치 선정이나 활동폭 모두 애매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말 K-리그 일정을 소화한 뒤 소집되어 이틀 훈련 끝에 나선 경기였던 만큼 호흡 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최 감독의 머릿 속이 복잡하게 돌아갈 것 같다. 이란전에서 이동국을 제외한 채 내세운 유럽파 공격진의 효과는 미미했다. 최근 입지가 좁아진 박주영(셀타비고) 이청용(볼턴) 김보경(카디프) 모두 경기력이 문제였다. K-리그를 통해 꾸준히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이동국 카드에 손이 갈 만하다. 그러나 대표팀의 근간인 유럽파를 마냥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동국의 존재감은 2선의 활약이 담보되어야 한다. 유럽파에 맞먹는 자원을 찾기 힘들다. 이들의 조합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최적의 조합을 만들지 못하면 이동국의 활용가치도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내년 3월 재개될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전까지 '이동국 활용법'은 최강희호의 핫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성=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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