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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홈 경기가 열리기 전날에는 항상 일산지 해수욕장 근처 커피숍에 건장한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낯익은 얼굴들이다. 바로 '명품 철퇴' 울산 현대의 주전 선수들이다. 이들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수다쟁이로 변한다. 경기 내외적인 부분을 터놓고 얘기한다. 커피숍 나들이는 주장 곽태휘(31)의 아이디어다. 분위기 전환 겸 동기부여 차원이다.
곽태휘가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진짜 이유는 그라운드에서 말보다 몸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철퇴축구'의 최후방에서 물샐 틈 없는 수비력을 보여준다. 세트피스 상황에선 발로 때린 슈팅보다 강한 헤딩 슛을 날린다. 선수들의 뛰는 모습을 보고 경기 흐름도 잘 조율한다. '고공 폭격기' 김신욱(1m96)은 "주장 태휘형을 중심으로 뭉친다. 워낙 말수가 적지만 카리스마가 넘친다. 특히 그라운드에서 직접 몸으로 보여주니 후배들도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곽태휘가 몸으로 보여줘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바로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또 월드컵 출전이다. 지금의 몸 상태와 상황대로라면 두 가지 꿈을 이룰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선 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것이다. 둘째, 울산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집합소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한 선수에게 주장 완장을 맡길 때 기량, 인품, 리더십 등 종합적인 면을 고려한다. 곽태휘가 모든 면을 만족시켰다. '주장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덕이다. 곽태휘는 대구공고 시절부터 중앙대, 전남에서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특히 탁월한 기량에는 이견이 없다. 1m85, 80kg의 체격조건을 지닌 곽태휘는 좀처럼 몸 싸움에서 밀리는 법이 없다. 중앙 수비수지만, 왠만한 공격수와 견줘도 스피드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공중볼 장악도 출중하고, 강력한 슈팅 능력도 갖췄다. 주장이 동료들에게 기량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그 팀은 '오합지졸'이 되기 마련이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은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