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여유, 곽태휘 '주장 스타일'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11-08 12:59 | 최종수정 2012-11-09 12:41


곽태휘. 사진제공=울산 현대

울산의 홈 경기가 열리기 전날에는 항상 일산지 해수욕장 근처 커피숍에 건장한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낯익은 얼굴들이다. 바로 '명품 철퇴' 울산 현대의 주전 선수들이다. 이들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수다쟁이로 변한다. 경기 내외적인 부분을 터놓고 얘기한다. 커피숍 나들이는 주장 곽태휘(31)의 아이디어다. 분위기 전환 겸 동기부여 차원이다.

곽태휘는 고향이 경북 왜관인 경상도 사나이다. 엄하진 않지만 과묵한 편이라 어려워했던 후배들이 많았다. 중앙대와 전남(2007~2009)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치우(서울)도 말수가 적은 선배 곽태휘를 무서워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프로 8년차 곽태휘도 부드러운 남자가 됐다. 동료들의 생일파티도 직접 준비할 정도로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이미지를 벗었다. 이젠 나이차가 7~8년 나는 후배들도 있다. 서슴없이 농담을 던지면서 다가간다. 곽태휘는 주장으로서 선수들만 챙기는 것이 아니다. 클럽하우스에서 일하는 식당 아주머니들과 운전 기사들에게도 선수들과 보너스를 십시일반 마련해 고마움을 표시한다.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가 밝아지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래도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곽태휘표 주장의 품격'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특히 코칭스태프와의 가교 역할도 매끄럽다. 합리적인 사고와 활발한 소통으로 충돌을 미연에 방지한다.

곽태휘가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진짜 이유는 그라운드에서 말보다 몸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철퇴축구'의 최후방에서 물샐 틈 없는 수비력을 보여준다. 세트피스 상황에선 발로 때린 슈팅보다 강한 헤딩 슛을 날린다. 선수들의 뛰는 모습을 보고 경기 흐름도 잘 조율한다. '고공 폭격기' 김신욱(1m96)은 "주장 태휘형을 중심으로 뭉친다. 워낙 말수가 적지만 카리스마가 넘친다. 특히 그라운드에서 직접 몸으로 보여주니 후배들도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곽태휘가 몸으로 보여줘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바로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또 월드컵 출전이다. 지금의 몸 상태와 상황대로라면 두 가지 꿈을 이룰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선 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것이다. 둘째, 울산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집합소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한 선수에게 주장 완장을 맡길 때 기량, 인품, 리더십 등 종합적인 면을 고려한다. 곽태휘가 모든 면을 만족시켰다. '주장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덕이다. 곽태휘는 대구공고 시절부터 중앙대, 전남에서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특히 탁월한 기량에는 이견이 없다. 1m85, 80kg의 체격조건을 지닌 곽태휘는 좀처럼 몸 싸움에서 밀리는 법이 없다. 중앙 수비수지만, 왠만한 공격수와 견줘도 스피드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공중볼 장악도 출중하고, 강력한 슈팅 능력도 갖췄다. 주장이 동료들에게 기량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그 팀은 '오합지졸'이 되기 마련이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은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희생'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곽태휘는 언제나 동료들에게 "즐기는 경기를 하자"고 말한다. 곽태휘는 10일 오후 7시 30분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자신의 바람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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