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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배우는 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단옆차기였다."
시작과 끝이 이동국이었다. 이동국은 전반 26분 레오나르도가 만들어낸 페널티킥을 강하게 차 넣으며 멀티골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레오나르도의 추가골로 2-0으로 앞선 후반 29분 이동국의 발끝이 다시 빛났다. 김상식의 롱패스를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부산의 골망을 흔든 것. 2골을 완성한 이동국은 시즌 22호골과 동시에 개인통산 최다골 기록을 137호로 늘렸다. 울산 서울전에 이은 3경기 연속 골이다.
그런데 두 번째 골을 넣은 순간 이동국은 코너 플래그를 걷어찼다. 평소 두 팔을 벌리는 세리머니에 비하면 과격함 그 자체였다. 경기 후 이동국이 세리머니 배경을 설명했다.
이동국은 지난 9월 자신의 트위터에 "어떻게 해야 아동 성범죄가 줄어들지? 우리 애들 내일 당장 이발소에서 머리카락 짧게 자르고 바로 태권도 학원에 등록시켜야 겠네. 이거 원 세상이 무서워서"라고 글을 적으며 잇따른 아동 성범죄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후 두 딸은 하얀띠를 매고 발차기를 배우고 있다.
평소 조용하던 '아빠'는 그래서 그라운드에서 이단옆차기를 했다. 딸들을 위한 세리머니, 즉 '태권도를 열심히 배우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이동국은 "내 이단옆차기가 어설펐지만 내가 왜 이 세리머니를 했는지 딸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경고까지 감수하려 했던 '아빠' 이동국의 '부정(父精'이었다. 다행히 세리머니에 대한 경고는 없었다. 이동국은 "경고 받을 각오로 세리머니 했는데 주심이 구두 경고만 주셔서 감사했다"며 재차 웃었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