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연승 노리는 수원, 그들이 꿈꾸는 결과와 옥에 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11-02 09:17


북벌(北伐). 북쪽의 적을 정벌한다는 뜻을 가졌다. 수원 삼성이 FC서울과의 슈퍼매치를 앞두고 으레 꺼내는 말이다. 역사로 점철된 두 팀의 맞대결은 어느덧 슈퍼매치라는 K-리그 최고의 브랜드로 승화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09년 아시아 최고의 더비라는 영광스런 수식어와 함께 슈퍼매치를 세계 7대 더비의 한 축으로 꼽았다.

슈퍼매치를 앞둔 수원은 이번에도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7연승의 자신감이 가슴 한 켠에 새겨져 있다. K-리그 역전 우승의 꿈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행보 속에 점점 멀어졌다. 올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는 자존심이 걸린 한 판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슈퍼매치 전승이라는 새 역사를 쓰겠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자신감의 발로는 지난 맞대결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0년 6월 윤성효 감독이 부임한 이래 수원은 탈바꿈을 거듭했다. 이름값 대신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선수들에게 베스트11 기회가 돌아갔다. 서울전은 더욱 그랬다. 힘과 높이를 앞세운 수비, 원샷원킬의 공격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결과 2010년 8월 28일(4대2 승)을 시작으로 지난 10월 3일까지 7연승의 역사를 써내려 갔다. 2011년 3월 6일(2대0 승)부터는 6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도 세웠다. 찬란한 기억 속에 슈퍼매치에 대한 긴장감도 서서히 풀리고 있다. 윤 감독은 "왜 나도 서울에 자꾸 이기는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는 "서울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달리 주문하는 것은 없다. 다만 수원이 왜 서울보다 강한지 그라운드에서 증명하라고 이야기 할 뿐이다.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서울전을 어떻게 치러야 할 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선수들의 마음도 같다. '서울은 더 이상 라이벌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미드필더 오장은은 "서울은 우리에게 항상 패했다. 우리는 매번 승리했다. 심리적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이 2012년 마지막 서울전에 띄울 승부수는 곽희주와 김두현이다. 곽희주는 수원의 슈퍼매치 승리 보증 수표나 다름 없다. 서울전을 앞두고 주장에게만 허락되는 북벌 완장을 차고 7연승의 선봉장에 서 왔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경고를 감수하면서 물고 늘어지는 근성으로 서울 주포 데얀의 발을 묶어왔다. 지난달 24일 경남FC전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을 다쳐 2주 가까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서울전 출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김두현은 종아리 근육 통증으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최근 수원 팀 훈련에 합류하면서 출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수원 구단 측은 "두 선수 모두 프로의식이 남다르다. 서울전을 앞두고는 특히 그렇다"며 출전을 낙관하고 있다. 윤 감독은 곽희주에게 데얀 봉쇄를, 김두현에게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2선 침투 및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외에도 최근 컨디션 난조로 한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라돈치치와 스테보도 서울전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서울 주장 하대성이 수원과의 슈퍼매치에 차고 나올 주장 완장. 사진제공=FC서울
슈퍼매치에서 수원의 키워드는 언제나 파워였다. 힘과 높이를 앞세운 플레이를 앞세워 효과를 봤다. 7연승의 비결 중 하나다. 그러나 때로는 경기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독이 되기도 했다. 수원은 지난해 32경기 633회, 올 시즌 37경기서 731회로 경기당 평균 19.7개의 반칙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수원전에 나섰던 서울은 고요한과 최태욱, 에스쿠데로 등 주력 자원들이 경기 초반 부상으로 실려나가는 변수를 수 차례 경험했다. 수원 입장에선 7연승의 옥에 티다. 서울은 이번 수원전을 앞두고 '작전명:반칙왕을 검거하라'는 동영상을 제작해 페어플레이를 강조했다. 주장인 하대성은 '서울 경찰(서울 PD:Police Department)'이라고 적힌 주장 완장을 찬다. '반칙왕 검거' 선봉에 서겠다는 의지다.

서울은 최고의 팬 서비스를 하고자 하는 열망에 수원도 동참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수원이 서울의 바람에 호응하는 멋진 플레이를 펼칠 때 세계 7대 더비, 아시아 최고의 더비라는 명성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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