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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만 만나면 침묵하는 데얀의 '힐링매치'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10-31 12:21 | 최종수정 2012-11-02 08:51



K-리그의 간판 해결사 데얀(31·서울)에게 수원에 대해 물어봤다.

늘 미소를 머금은 그다. 수원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웃음기가 사라진다. "수원은 축구가 아닌 럭비 경기를 한다. 곽희주(데얀 전담마크)는 좋은 선수지만 전반 30분쯤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야 한다. 심판의 눈을 속이고 고의성 파울을 많이 한다. 수원의 시즌 최고 경기는 아마 서울전일 것 같은데 너무 운이 너무 좋다. 승점 차가 14점이다. 수원은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 격정토로였다.

그러나 그는 침묵하고 있다. 수원의 한 관계자는 "우린 데얀은 안중에도 없다. 몰리나만 잘 막으면 또 이길 수 있다"며 자극할 뿐이다. 큰 경기에 유독 약하다는 평가는 흔들리지 않는다. 수원전 7연패, 6경기 연속 무득점은 데얀이 털고가야 하는 숙제다. 4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수원과의 올시즌 마지막 슈퍼매치는 데얀에게도 운명의 일전이다.

갈기갈기 찢겨진 자존심 회복에 사활이 걸렸다. 그가 살아나야 수원전 7연패의 사슬도 끊을 수 있다. 데얀이 골망을 열면 서울은 승리의 찬가를 부른다. 올시즌 그는 18경기에서 27골을 터트렸다. 18경기 전적은 16승2무다. '데얀 골=승리'의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원전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또 있다. 대기록이 유혹하고 있다. 그는 올시즌 K-리그의 골역사를 송두리째 갈아치우고 있다. 5월 최단기간인 173경기 만에 100호골을 통과했다. 기존 김도훈 성남 코치의 220경기 기록을 무려 47경기나 앞당겼다. 부산, 수원, 성남에서 뛴 샤샤(104골)가 보유한 외국인 최다골도 달성했다. 2007년 K-리그에 둥지를 튼 그는 현재 118호골을 기록하고 있다.

두 개의 언덕만 남았다. 새로운 역사는 시간 문제다. 한 시즌 최다골 기록 달성이 목전이다. 타이 기록까지 1골이 모자란다. 2003년 김도훈(성남 코치)의 28골이 최고 기록이다. 당시 정규리그는 단일리그로 팀당 44경기(3라운드)를 치른 후 플레이오프 없이 우승팀과 정규리그 득점왕을 가렸다. 올해 환경이 똑같아졌다. 포스트시즌이 사라졌다. 팀당 44경기씩을 치른 후 우승팀이 결정된다. 개인 기록도 마찬가지다. 데얀은 수원전에서 골망을 흔들면 역사의 새 주인공이 된다.

지난해 득점왕(24골)인 그는 K-리그 사상 첫 2년 연속 득점왕에도 바짝 다가섰다. 2위인 전북 이동국(20골)에 무려 7골 차로 앞서 있다. 서울은 승점 80점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전북이 승점 72점, 3위 수원은 승점 66이다. 7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야망이 꿈틀댄다. "팀의 우승이 먼저다. 내가 몇 골을 넣을까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K-리그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매력적이다. 우리는 역대 최강의 진용이다. 내 임무는 골을 넣는 것이다.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30골 이상은 기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에게 수원전에 가장 기대되는 선수를 꼽아달라고 했다. "이번에는 데얀이 정말 한 건을 해줄 것 같다." 슈퍼매치의 물줄기를 바꿀 서울의 주연은 역시 데얀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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