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 수원시장 "수원FMC 해체 불가피", 약속 문제는 '침묵'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10-19 16:02


◇수원FMC 해체 사태를 보면 과연 '사람이 먼저인 세상'보다 '어떤 사람이 먼저인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2010년 7월 2일 염태영 수원시장(왼쪽)이 취임식을 방문한 박지성으로부터 사인볼을 전달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스포츠조선DB

스포츠가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던 시기가 있었다. 대부분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스포츠라는 유화책을 동원해 시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태생적 한계를 논하는 이유는 제5공화국 시절의 암울한 과거와 맞닿아 있다.

현대에 들어서도 스포츠를 정치적 목적 달성의 도구로 활용하는 예는 적지 않다. WK-리그 수원시설관리공단(이하 수원FMC)의 해체 과정은 이런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예다. 명예 구단주인 염태영 수원시장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수원시장에 당선되기 전, 후보시절 선수단을 찾아가 축구장 및 숙소 개보수, 선수단 규모 확대 및 연봉 인상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켜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최근 '창단 이후 지속적인 성적부진과 재투자'를 이유로 수원FMC 해체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8년 6번째 여자 축구단으로 창단한 수원FMC는 2010년 리그 우승 및 전국여자축구선수권 우승이라는 성적을 올렸다. 이후에도 꾸준히 WK-리그의 강호로 명성을 쌓으면서 여자 축구 발전의 한 축 노릇을 담당했다. 염 시장이 18일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올린 '수원FMC 해체 관련 입장'이라는 글에는 자신의 약속 이행 문제와 그간의 성적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

달콤한 약속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불거져 나왔다. 연간 예산 18억원이 소요되는 수원FMC를 해체해 시 예산을 보태 내셔널리그 수원시청의 외국인 선수 도입 및 전력 강화, 학교 운동부 창단 등 초중고 체육 활성화, 장애인 체육 진흥사업, 생활체육 활성화, 노후 인조잔디 축구장 교체 등의 사업을 펼치겠다고 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구체적인 시행 계획 없이 약속만 늘어놓는 모습에 지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수원 야구장 개보수에 관련한 사항에 대한 설명도 미비하다. 염 시장은 '체육진흥관리공단(KSPO)에서 실시한 체육시설 공모사업을 통해 수원시가 선정되었으며, 국비 75억원과 국·도비, 시비를 포함한 예산 290억원으로 야구장 리모델링과 확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원FMC 해체 후 예산을 제10구단 유치와 관련해 사용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포츠조선 확인 결과 KSPO 지원 금액은 30~40억원 안팎이며, 나머지 비용은 국·도 및 시 예산으로 충당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290억원의 대부분이 혈세로 빠져 나가는 상황이다.

염 시장은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 '지금까지 열심히 뛰어준 여성 축구 선수들과 관련된 분들을 생각하면 몹시 안타깝고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여러 날을 고민하고 관련된 분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한정된 시의 예산을 효율성 있게 쓰기 위해서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하지만 염 시장의 약속만을 믿고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은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어 길거리에 앉는 상황이 됐다. 선수들은 "그동안 우리가 거둔 성과는 모른 척 하고 당장의 상황만을 놓고 부진하다고 매를 드는 격인데 정치적인 논리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절규하고 있다.

염 시장이 속한 정당에서는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라는 대선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수원FMC 사태를 되돌아보면 '어떤 사람이 먼저인가'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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