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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 했다. 홈텃세에 살인적인 태클, 이란은 승리를 위해 명예를 버렸다.
이 경기 패배로 한국은 이란과 승점 7로 동률이 됐다. 골득실차(한국 +5, 이란 +1)에 앞서 간신히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남은 일정은 험난해졌다.
전반은 선전했다. 후반 9분 쇼자에이가 경고 2회로 퇴장당하면서 수적으로 우세했다. 하지만 잇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당초 시나리오대로 후반에 둘은 교체카드로 나섰다. 손흥민이 김보경, 이청용은 이근호 대신 차례로 투입됐다. 하지만 단조로운 공격패턴에 활로를 찾지 못했다. 김신욱을 활용한 고공플레이에 집착했다. 패스의 정확도도 떨어졌다. 수적 우세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세트피스에 당했다. 후반 30분 데자가가 페널티에어리어 바깥쪽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쇄도하던 네쿠남이 마무리 했다. 대표팀으로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달 최종예선 3차전 우즈벡전 2골에 이어 이날 이란전의 1골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온 실점이다. 우즈벡전은 2골 모두 코너킥이었고, 이날은 프리킥이었다. 반면 한국은 기성용의 예리한 킥을 앞세운 세트피스에서 수차례의 기회를 맞았지만 크로스바를 맞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악명높은 거친 플레이를 펼쳤다. 경기 내내 '살인적인 태클'로 위협했다. '할리우드 액션'도 난무했다. 축구가 아닌 격투기였다. 네쿠남의 골이 터진 뒤에는 지연 플레이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마저 주심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결국 이런 이란의 '더티 축구'에 휘말렸다. 아쉬움이 크게 남는 승부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