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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천국, 지옥일까, 최강희호 천국행 3가지 과제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10-16 08:46



늘 그랬지만 그들은 또 '지옥'이란 단어를 등장시켰다.

"한국은 이란을 이길 수 없다. 아자디스타디움을 한국의 지옥으로 만들 것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오사수나에 뛰다 올해 자국 리그인 에스테그랄에 둥지를 튼 이란 축구의 간판 자바드 네쿠남의 도발이었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지구상에 지옥이 어딨냐"며 받아쳤고,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여기가 지옥은 맞는 것 같다. 인터넷도 안 되고 날씨도 이상하고 운동장도 안 좋고…"라며 웃어넘겼다. 3년 전 이란 원정(1대1 무)을 지휘한 박지성(QPR)은 네쿠남의 '고정 레퍼토리'에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는 경기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상대전적에서 9승7무9패로 팽팽하지만, 한국 축구는 이란 테헤란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4차례 원정길에 올라 2무2패다. 최 감독은 이란 원정 첫 승의 새 역사를 약속했다.

테헤란은 과연 지옥일까, 천국일까.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최강희호가 17일 오전 1시30분(한국시각)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이란과 충돌한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이다. 장외 설전의 결과는 그라운드에서 가려진다. 아자디스타디움이 천국이 되기 위해서는 최강희호는 3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

첫 번째 열쇠는 체력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동력은 사라진다. 준비한 전술도 무의미하다. 아자디스타디움은 '원정팀의 무덤'이다. 한국도 험난한 벽을 뚫지 못했다. 2009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A대표팀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은 "지성이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 건 처음이었다"며 탄식했다.

체력과 고지대 적응은 직결된다. 12만명을 수용하는 아자디스타디움은 해발 1273m에 위치해 있다. 강원도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1288m)에서 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고지대에선 운동하는 근육으로 산소 운반이 저하된다. 체육과학연구원에 따르면 해발 1000m당 10%의 운동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아자디스타디움의 경우 운동능력이 약 13% 저하된다.


최강희호가 8일 출국한 것도 몸시계를 고지대에 맞추기 위해서다. 최 감독은 "적응은 거의 다 됐다. 중동 원정에서 환경 적응 문제는 피할 수 없다. 우리팀 상태를 봤을 때 이번에야말로 이란 원정 징크스를 깨야 한다. 충분히 그럴 힘이 있다"고 했다. 현실이 돼야 한다.

유럽파의 부활

축구는 골로 말한다. 최 감독은 유럽파로 공격 진용을 구축했다. 원톱에는 박주영(스페인 셀타비고)이 포진하고, 섀도 스트라이커에는 손흥민(독일 함부르크)이 설 것으로 보인다. 좌우 날개에는 김보경(잉글랜드 카디프시티)과 이청용(잉글랜드 볼턴)의 출격이 예상된다. 이들은 골에 가장 가깝다. 광란의 아자디스타디움을 침묵시키는 것은 이들의 과제다.

최강희호의 시험대다. 부활이 절실하다. 박주영은 붙박이인 이동국(전북)이 제외돼 처음으로 중책을 맡았다. 데뷔골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는 최강희호에서 아직 골이 없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4골을 기록 중인 상승세의 손흥민은 월드컵 예선에서 첫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15개월간의 긴 부상터널을 뚫고 지난달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전(2대2 무)에서 A대표팀에 재승선한 이청용도 옛 명성을 찾아야 한다. 그는 우즈벡전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 10분에 교체됐다. 최 감독은 "이청용도 컨디션이 많이 올라와 좋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카디프시티 이적 후 단 한 차례도 선발 출전하지 못한 김보경도 경기력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원압박과 수비안정

승점 4점(1승1무1패·2위)의 이란은 배수진을 쳤다. 홈에서 한국(승점 7·2승1무·1위)을 잡아야 브라질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그릴 수 있다. 경기 초반부터 특유의 강력한 압박을 앞세워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맞불을 선택했다. 그는 "어려운 경기일수록 더 강하게 승부를 걸어서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 물러나서도 안 되고 물러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초반부터 강하게 정면대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기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원압박과 수비안정이 중요하다. 이란전에선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미드필더)'에는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김정우(전북)가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좌우측 윙백에는 윤석영(전남)과 오범석(수원), 중앙수비에는 곽태휘(울산)와 정인환(인천)이 늘어선다. 골문은 정성룡(수원)이 지킨다. 우즈벡전에선 중원의 수적 열세로 압박이 실종됐다. 수비라인도 불안해 힘든 경기를 했다. 이란 원정 첫 승을 위해선 탄탄한 수비밸런스 유지가 선결과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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