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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란은 부담스런 존재였다. 9승7무9패의 상대전적이 말해준다. 특히 원정에서는 재미를 본 적이 없다. 2무2패다.
카를로스 퀘이로스 감독은 눈을 유럽으로 돌렸다. 풀럼에서 뛰고 있는 아슈칸 데자가, 생트롱의 레자 구차네자드를 불렀다. 귀화 유럽파다. 데자가는 독일, 구차네자드는 네덜란드 청소년대표팀에서 뛰었다. 하지만 동료들과의 호흡이 문제다. 3차 예선에서 활약한 데자가는 소속팀에서 많이 뛰지 못했다. 부상이 있었다. 구차네자드는 이번이 데뷔 무대다. 전적으로 믿음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퀘이로스 감독은 부임과 함께 세대교체를 외쳤다. 노장들을 대거 정리했다. 신예들을 등용했다. 결과적으로 선택은 실패했다. 성적이 나지않았다. 순위상으로는 한국에 이어 최종예선 A조 2위다. 하지만 경기력이 실망스러웠다. 앞서 언급한대로 예전의 이란이 아니다.
물론 둘은 이란 전력의 핵심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했던 네쿠남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드필더 중 한 명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던 카리미도 걸출한 스타다. 그러나 세월이 흘렀다. 국내리그로 복귀, 나란히 8경기에 나섰지만 별다른 활약이 없다.
한국전에 나서는 이란의 분위기는 범국가적이다. 모하메드 아흐마다네자드 대통령까지 훈련장을 찾았다. 월드컵 본선이 아닌 예선 훈련장을 대통령이 찾는 것은 드문 경우다.
텃세도 변함이 없다. 한국은 이란에 도착한 뒤 훈련장을 두차례나 옮겼다. 처음에 사용한 훈련장은 아라랏 경기장이었다. 숙소에서 가까웠다. 조명시설도 있었다. 현지시각 오후 8시에 펼쳐질 경기 시간에 맞춘 훈련이 가능했다. 그러나 잔디 상태가 나빴고, 바닥이 딱딱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다른 연습장을 요청했다. 이란측은 호만 트레이닝 센터로 변경해줬다. 그런데 조명시설이 없었다. 다시 훈련장 변경을 요청했다. 이란대표팀이 사용하고 있는 국립 아카데미 훈련장을 요구했다. 이란측은 "공사중이라 곤란하다"는 말도안되는 이유를 댔다. 참고 참았던 최강희 감독이 "그동안 한국이 원정팀에 너무 잘해줬던 것 같다. 내년에 이란이 한국에 오면 한강 시민공원을 훈련장으로 내줘야겠다"고 할만큼 화가 나는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을 꺾어줄 기회가 왔다. 홈의 텃세, 대통령까지 나서는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찬스다. 17일 오전 1시30분. 결전의 날이 밝았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