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제93회 대구전국체육대회 남자유도 개인전 경기가 한창인 대구과학대학교 체육관에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체전에 나서지 못한다"던 런던올림픽 남자유도 66㎏이하급 동메달리스트 조준호였다. 말끔한 블랙수트 차림의 조준호는 "쌍둥이 동생을 응원하러 왔다"고 했다. 런던올림픽 동메달 직후 쌍둥이 유도선수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바빠서 고향 부산에 못갔는데 동생이 부산에서 내 행세를 하고 다닌다더라"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었다. 부산 유도계에서 조준호-준현 형제는 어릴 때부터 유명세를 떨쳤다. 초등학교 4학년 나란히 유도복을 입은 이후 삼성중-부산체고 재학 시절 전국대회 동반우승도 여러 차례 일궜다. 지난해 부산유도회로부터 '부산유도 우수선수상'을 나란히 받았다. 자신이 출전하지 못하는 체전에서 똑 닮은 동생 동생 조준현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런던올림픽 전까지 국내대회에 늘상 함께 나섰다. 유도를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같은 체급의 동료이자 라이벌이자 연습 파트너다.형의 응원을 받고 뛰는 체전은 처음이다. 조준현은 경기를 앞두고 "솔직히 둘 중 하나만 뛸 때가 속편하다"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키, 몸무게는 물론 유쾌한 입담도 닮은꼴이었다. "형이 잘하고 와서 나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다. 조준호는 동생의 1회전을 관중석에서 편하게 지켜봤다.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2회전에 1번시드로 올라온 대구 대표 안정환과 맞붙었다. 경기 전부터 선수대기석으로 내려와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동생의 경기 내내 노심초사하며 지켜봤다. "조준현! 밀리면 안돼! 왼손 왼손!" 형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형과 마찬가지로 오른손잡이지만 왼손기술에 능하다. 안정환의 거친 공세에 지도 1개 유효 1개를 뺏기며 아쉽게 패했다.
최선을 다한 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 조준호는 내달 3일 열리는 유도국가대표선발전 출전을 고민중이다. 용감한 형제의 도전은 계속된다. 대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