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경기 36골' 첼시의 화력, 그 원동력은?

기사입력 2012-10-09 11:15 | 최종수정 2012-10-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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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유럽 클럽 축구를 품은 첼시의 초반 행보엔 이번에도 어김없이 힘이 잔뜩 실렸다. FA 커뮤니티쉴드에서 맨시티에, UEFA 슈퍼컵에서 AT 마드리드에 덜미를 잡힌 것 외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와 캐피탈원컵,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전적이 8승 2무, 무패다. 여기서 더욱 눈길을 끄는 건 그들의 폭발적인 득점력. 약팀들만 상대했다고 하기엔 각각 무승부와 승리를 거둔 유벤투스와 아스날의 레벨이 결코 만만치 않았고, 이들을 상대로도 꾸준히 득점에 성공했다. 12경기를 치르면서 무려 36골이나 터뜨린 그들의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기대 이상의 호흡, 이적생들 효과 톡톡.

밀집된 상대 수비 진영을 안정된 볼 키핑력과 정확한 패스로 파고든다. 비집고 들어간 뒤에는 슈팅으로 마무리까지 짓는다. 정해진 포지션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좌측-중앙-우측, 어느 한 곳에만 얽매이지 않는 선수들이기에 줄 수 있는 변화도 많고, 조합을 구성하는 데에서도 큰 제한이 없다. 그들은 '승리 스피릿'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창조성을 발휘했고, 상대 수비는 예측하기 힘든 다양한 공격 루트에 번번이 무너지고 말았다.

분명 기대 이상의 '호흡'이다. 기본 공격진을 구성하는 원톱과 세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 총 네 명의 선수 중 무려 두 명이 이번 시즌 새로이 합류한 선수들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비싼 돈 주고 들여왔음에도 시즌 전체를 적응 기간으로 보내며 속 태우는 이적생도 있는데, 아자르는 시즌 시작부터 불이 붙었고, 오스카 또한 잇달아 대박을 터뜨렸다. 더욱이 개인적인 능력을 갖춘 '선수'들은 돈으로 살 수 있어도, 이들을 조화롭게 버무리는 '조직력'까지 돈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법이니, 이적생들이 잘 녹아든 첼시는 말 그대로 축복받은 팀이 됐다.

천부적 재능을 더욱 빛나게 하는 무기, 성실함.

첼시 팬들에 '애증'의 대상이 돼버린 토레스 얘기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올 시즌 EPL 기준 7경기 4골로 나쁘지 않은 스탯을 기록했지만, 높은 이적료 때문에 기대치는 항상 세계 최고 스트라이커다. 그러다 보니 멀티골과 해트트릭과는 거리가 있는 이 선수가 성에 안 차는 시선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일대일 찬스가 생기는 족족 넣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토레스가 앞서 언급한 선수들과의 호흡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인다는 건 첼시에 굉장한 플러스 요소다. 연계 플레이 면에서 꽤 큰 공헌을 하고 있음은 인정할 일이다.

그의 존재 가치는 중앙에서의 포스트 플레이보단 중앙-측면을 오가는 활발한 움직임에 있다. 토레스가 상대 수비를 끌고 나오면, 1.5선의 선수들에겐 중앙으로 침투할 공간이 생긴다. 여기서 이들의 뛰어난 능력을 더욱더 빛나게 하는 무기가 등장하는데, 바로 '성실함'이다. 동료에게 패스를 준 뒤에는 빈공간으로 부지런히 뛰어들어가 공간을 선점해 볼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주위에 있는 다른 동료들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공격 과정에 유기적으로 참여하니, 패스로써 경기를 풀어나가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패스를 줄 수 있는 동료가 꾸준히 생긴다는 것, 결정적인 찬스가 많이 만들어짐은 당연하다.

이들의 성실함은 공격 전개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이들은 수비에 가담하는 데에도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적극적이다. 좌우 측면 수비 에쉴리 콜-이바노비치까지 공격에 깊게 관여하며 6~7명을 꾸준히 공격에 투입하는 스타일 상, 첼시는 항상 '역습'에 대한 부담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첼시는 볼을 빼앗기자마자 윗선에서부터 곧장 수비 형태를 취했고, 해당 진영에 위치한 선수들이 빠르게 조직적인 압박을 가한 덕분에 수비 부담은 크게 줄게 됐다. 달리 말하면 이것이 곧 재역습을 진행해 상대를 흔들어놓을 수 있는 루트였다.


공격진의 조력자, 측면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

원톱 토레스와 그 밑을 받치는 아자르-오스카-마타. 이들이 만들어내는 화력에 기름을 붓는 건 주체할 수 없는 오버래핑 본능을 뽐내는 에쉴리 콜과 이바노비치다. 측면이라면 1.5선의 좌우에 배치된 아자르와 마타도 있지만, 이들의 주임무는 중앙에서의 수적 싸움과 연계 플레이고, 크로스와 같은 순수 측면 공격 자체는 오히려 측면 수비의 오버래핑에 크게 의존하는 편이다. 특히 첼시 공격력 유지의 원동력으로 통하는 에쉴리 콜은 1.5선까지 전진함은 물론, 때로는 중앙으로 들어와 플레이메이킹에도 관여하고, 때로는 최전방까지 올라가 슈팅까지 시도하는 활동 범위를 보여준다.

여기에 수비형 미드필더의 활약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 라인은 시즌 초반만 해도 첼시의 약점으로 꼽혔던 부분이다. 노쇠화가 뚜렷이 나타난 램파드, 느린데다가 들쑥날쑥한 기복까지 보이는 미켈로는 90분 내내 양질의 전진 패스가 꾸준히 제공되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하미레스는 디 마테오 감독에게 상당한 경우의 수를 안겨주었다. 체력적인 부담을 느낀다고는 하나 여전히 살아있는 패스 줄기를 보유한 램파드와 뛰어난 기동력으로 미켈의 단점을 메우며 기회만 되면 앞으로 치고 들어가 공격에 가담하는 하미레스, 이들을 상황에 맞게 취사선택할 수 있는 첼시는 상당히 든든해졌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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