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지긋지긋한 부산 '무승부 징크스' 왜?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10-03 20:02


 사진제공=전북 현대

부산-전북전에도 징크스는 살아 있었다. 전북은 올시즌 부산을 상대로 단 한번도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했다. 올시즌 2차례 맞대결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전북은 지난 4월 14일 홈경기에서도, 8월11일 부산 원정에서도 0대0으로 비겼다. 그리고 3일, 야심차게 맞붙은 34라운드, 세번째 맞대결에서 또다시 비겼다. 이번엔 2대2였다. '무승부 징크스'는 생갭다 강력했다.

이흥실 전북 현대 감독대행은 경기 직후 "다음 경기에서 보완하면 된다. 1위 서울과의 맞대결을 잘 준비하겠다"며 아쉬움을 애써 감췄지만, 전북으로서는 아까울 수밖에 없는 경기다.

4위 수원 삼성이 1위 FC서울을 1대0으로 이긴 사실을 알고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경기 전 "선두로서 어떻게 도망가는지 보여주겠다"던 최용수 서울 감독의 코멘트를 언급하자, 이흥실 전북 현대 감독은 "잘 도망가고 있지 않습니까"라며 웃었다. 염화시중의 미소속에 '쫓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읽혔다. 수원이 전북을 도운 셈이었다. 33라운드 기준 1위 서울은 승점73, 2위 전북은 승점68이었다. 승점 5점 차를 2점 차로 줄일 절호의 찬스가 찾아왔다. 선두경쟁이 한게임 차 안으로 좁혀질 수 있는 기회였다. 상대는 박종우 이종원 에델 맥카이 등 핵심 전력이 경고누적으로 인해 대거 빠진 부산. 전북 역시 최은성 박원재 심우연 드로겟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했지만 이동국과 에닝요의 창이 건재했다. 동기부여도 확실했다. 자신감 있게 승점 3점에 도전했다. 이 감독은 경기 직전 "선제골이 언제 터지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선제골은 부산의 몫이었다. 전북은 전반 5분만에 방승환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헌납했다. 전반 20분 이동국의 PK골이 터졌다. 3경기 연속골로 1-1,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전반 30분 부산 꽃미남 공격수 한지호의 추가골이 터졌다. 부산 중원에선 베테랑 콤비 김한윤-이성운이 질기게 풀타임을 버텼다. 박종우-이종원의 공백을 깔끔히 메웠다. 전북은 후반 34분 에닝요의 동점골이 터질 때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쫓기는 경기를 했다. 승점 3점을 노린 경기에서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그것도 극적인 무승부였다. 하마터면 질 뻔한 경기였다. 34라운드 직후 선두 서울의 승점은 73, 2위 전북은 69, 승점 1점을 더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부산만 만나면 고전하는 이유에 대해 이 감독은 "역습적인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부산은 역습 면에 있어서만큼은 K-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례적인 칭찬을 건넸다.

그러나 홈팀 부산으로서도 무승부가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홈 5경기 4무1패, 스플릿리그 시작 이후 4경기에서 2무2패로 승리가 없다. 지긋지긋한 홈 무득점의 고리를 끊어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방승환-한지호가 홈 6경기만에 골맛을 봤다. 안익수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홈에서만큼은 무득점에 종지부를 찍어야 되지 않겠나, 어려울 때 응원해 주는 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선수단에게 자주 했다. 선수 스스로가 충분히 이해하고, 훈련 후에도 개인 슈팅연습을 꾸준히 한 결과"라며 치하했다. '리그 최강' 전북에게 이기지 못했지만, 차, 포를 모두 떼고 치른 혈투에서 지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추석 연휴 4일간 쉬지않고 발을 맞췄다. 칭찬에 인색한 호랑이선생님 안 감독이 "책임감 있게 임해준 선수들이 대견하다"고 했다. 6일 서울을 꺾어 기세등등한 수원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스플릿 4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과정에서 뒤처진 경기는 한 적이 없다. 대등하거나 우세한 경기였다. 어느 팀을 만나도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 결과는 가져오지 못하고 있지만 과정이 좋았고, 매경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큰 우려는 없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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