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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울산-부산의 K-리그 32라운드. 0-1로 뒤진 후반 5분 울산의 오른쪽 풀백 이 용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문전으로 배달됐다. 울산 공격수들은 부산 수비수들에 가려 있었다. 이 때 전광석화처럼 누군가 튀어나와 발을 뻗었다. 이승렬(23)이었다. 논스톱 슈팅은 그대로 오른쪽 골포스트 쪽으로 빨려들었다. 지난 7월 임대로 일본 감바 오사카에서 울산으로 둥지를 튼 뒤 터뜨린 K-리그 복귀골이었다. 마지막으로 K-리그에서 골을 넣은 것은 지난해 8월 27일 강원전 이후 1년 27일 만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원인 모를 슬럼프에 빠졌다.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가 사라졌다. 출전이 들쭉날쭉하다보니 리듬을 찾기 힘들었다. 외국인선수 데얀과 몰리나에 밀려 줄어든 출전 시간은 독이었다. A대표팀은 물론 올림픽대표팀에서도 외면받았다. '피터팬 콤플렉스'(어른이 된 후에도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한 채 어린아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증후군)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승렬도 인정했다. 그는 "주위에서 '목표의식이 없어졌다'고 말을 하더라. 공감이 됐다. 큰 걸(월드컵 원정 16강)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 다른 것을 잃었다. 당연한 흐름이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스스로 노력을 했다. 앞으로 떨어지는 일 없이 올라가는 그림만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렬은 올시즌 우여곡절 끝에 일본 J-리그 감바행에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잿빛이었다. 8경기 출전에 그쳤다. 데뷔 골도 요원했다. 더 나락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승렬은 "훈련이 끝난 뒤 남아서 개인적으로 슈팅훈련을 많이 했다. 스트레스를 훈련으로 풀었다"고 했다. 이어 "일본에 있었을 때는 최악의 몸 상태였다. 지금은 70~80%까지 올라왔다. 꾸준한 경기 출전이 약이 되고 있다. 앞으로 남아공월드컵 때보다 몸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