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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콤플렉스' 떨친 이승렬 "올라가는 그림만 그리고 싶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9-23 20:13


이승렬. 사진제공=울산 현대

23일 울산-부산의 K-리그 32라운드. 0-1로 뒤진 후반 5분 울산의 오른쪽 풀백 이 용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문전으로 배달됐다. 울산 공격수들은 부산 수비수들에 가려 있었다. 이 때 전광석화처럼 누군가 튀어나와 발을 뻗었다. 이승렬(23)이었다. 논스톱 슈팅은 그대로 오른쪽 골포스트 쪽으로 빨려들었다. 지난 7월 임대로 일본 감바 오사카에서 울산으로 둥지를 튼 뒤 터뜨린 K-리그 복귀골이었다. 마지막으로 K-리그에서 골을 넣은 것은 지난해 8월 27일 강원전 이후 1년 27일 만이었다.

감회가 남달랐다. 이승렬은 "항상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좋은 플레이가 수반되지 않으면 골을 넣어도 만족스럽지 않단다. 이승렬은 "아무리 공격 포인트를 올려도 플레이가 좋지 못하면 성에 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승렬은 한 때 한국축구의 최고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손꼽혔다. 2008년 신갈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프로에 진출해 K-리그 신인왕을 거머쥘 정도로 출중한 기량을 인정받았다. 스피드와 개인기는 이미 동급 수준을 뛰어 넘었다. 순간적인 움직임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008년 31경기 출전, 5골-1도움, 2009년 26경기 출전, 7골-1도움, 2010년 28경기 출전, 10골-6도움을 기록하며 FC서울의 미래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에는 20세 이하 월드컵 8강 주역이기도 했다. 스물 한 살 때 이미 남아공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았다.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2대0 승)에서 인저리 타임을 포함해 정확히 5분23초를 소화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축구에 새로운 눈을 떴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원인 모를 슬럼프에 빠졌다.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가 사라졌다. 출전이 들쭉날쭉하다보니 리듬을 찾기 힘들었다. 외국인선수 데얀과 몰리나에 밀려 줄어든 출전 시간은 독이었다. A대표팀은 물론 올림픽대표팀에서도 외면받았다. '피터팬 콤플렉스'(어른이 된 후에도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한 채 어린아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증후군)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승렬도 인정했다. 그는 "주위에서 '목표의식이 없어졌다'고 말을 하더라. 공감이 됐다. 큰 걸(월드컵 원정 16강)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 다른 것을 잃었다. 당연한 흐름이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스스로 노력을 했다. 앞으로 떨어지는 일 없이 올라가는 그림만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렬은 올시즌 우여곡절 끝에 일본 J-리그 감바행에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잿빛이었다. 8경기 출전에 그쳤다. 데뷔 골도 요원했다. 더 나락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승렬은 "훈련이 끝난 뒤 남아서 개인적으로 슈팅훈련을 많이 했다. 스트레스를 훈련으로 풀었다"고 했다. 이어 "일본에 있었을 때는 최악의 몸 상태였다. 지금은 70~80%까지 올라왔다. 꾸준한 경기 출전이 약이 되고 있다. 앞으로 남아공월드컵 때보다 몸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K-리그에선 시한부 인생이다. 6개월 단기 임대됐다. 내년시즌부터 다시 일본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래서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승렬은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경쟁은 축구선수로 당연한 임무다. 두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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