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9경기 무승' 박경훈 감독의 고민은 최전방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9-17 10:06


박경훈 제주 감독.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6.30/

꼬인 실타래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9경기 연속 무승(4무5패)에 빠진 제주 이야기다.

제주는 시즌 초반 화끈한 공격축구로 K-리그에 돌풍을 일으켰다. 한때 리그 1위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8월부터 급격한 하락세에 빠졌다. 9경기 동안 승수를 챙기지 못한 제주는 순위가 7위까지 떨어졌다. 박경훈 감독은 "이것저것 해보는데 그때마다 결과가 좋지 않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산토스와 홍정호, 공수의 핵이 부상으로 빠지며 짜임새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박 감독은 다양한 실험을 거듭했지만,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최전방이다. 16일 전북과의 31라운드에서 박 감독은 제로톱 전술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 대한 박 감독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제주의 올시즌 주포메이션은 4-4-2였다. 그러나 산토스의 부상, 서동현의 경고누적, 마르케스의 컨디션 난조로 최전방에 기용할 자원 자체가 없었다. 그나마 스트라이커를 소화할 수 있는 강수일을 맨꼭대기로 올렸지만, 결정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제주는 전북을 밀어붙였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오히려 레오나르두에 행운의 프리킥을 허용하며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박 감독은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미드필드 플레이는 시즌 초반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빼어나다. 빠른 패스와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그러나 이를 마무리하는데 번번히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박 감독은 브라질 출신의 외국인 공격수 마르케스를 언급할때는 한숨까지 쉬었다. 마르케스는 부상한 호벨치의 대체자로 영입됐다. 박 감독의 마음에 100% 든 선수는 아니었지만, 이적시장마감일이 임박해 빠르게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충분한 여유를 두고 팀적응 시간을 줬다. 그러나 제주식 빠른 템포의 축구에 도무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왼발 슈팅은 탁월하지만, 움직임이 적은데다 굼떠서 제주 미드필더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확실하게 결정짓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팀흐름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 전북전에서도 마르케스를 최전방에 기용하면 좋은데 확신이 서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라고 무조건 기회를 줄수도 없지 않나"며 답답해했다.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만큼 기존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산토스의 복귀가 답이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복귀시점은 나오지 않았다. 산토스는 1알 포항과의 FA컵 4강전에서 한달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지만, 다시 무릎부상이 재발했다. A매치 휴식기 동안에도 팀훈련을 하지 못하고 재활에만 매달렸다. 박 감독은 "산토스가 돌아올때까지 다양한 실험을 할 것이다. 워낙 개인능력이 좋은 선수였기 때문에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박 감독은 전북전 후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어느 시점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다시 한번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다"고 희망을 노래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전방 고민이 풀려야 한다. 축구는 결국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기 때문이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