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상승세' 황진성, '그라운드의 로맨티시스트'로 변신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9-15 19:52


황진성이 15일 수원전이 끝난고 난 뒤 자신의 아내를 위해 준비한 언더셔츠를 들어보이고 있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그라운드의 로맨티시스트가 탄생했다. 최근 들어 K-리그를 강타하고 있는 특급 미드필더 황진성(포항)이 그 주인공이다.

황진성은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1라운드 경기에서 1골-1도움을 기록했다. 전반 19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노병준의 선제골을 이끌었다. 후반 3분에는 표범같은 쇄도로 결승골을 직접 만들었다. 포항은 황진성의 활약에 수원을 2대1로 누르고 승점 3점을 추가했다.

황진성이 그라운드의 로맨티시스트가 된 것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였다. 최근의 경기력과 A대표팀 재승선의 기회 등을 얘기했다. 황진성은 "좋은 모습을 보여 A대표팀에 다시 승선하고 싶다"고 했다.

당찬 각오를 밝힌 황진성의 옆에는 작은 비닐 봉지가 하나 놓여 있었다. 취재진들 모두 처음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취재진으로부터 '골세리머니'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황진성은 "준비했던 세리머니가 있었다"면서 비닐봉지에서 뭔가를 끄집어 냈다. 유니폼 아래 받쳐 입는 언더셔츠였다. 언더셔츠에는 '유리야. 태어나줘서 고마워 ♥'라는 문구가 씌어져 있었다. 경기가 있기 이틀전인 13일이 자신의 동갑내기 아내 신유리씨의 생일이었다. 황진성은 경기에서 골을 넣게 되면 이 언더셔츠를 내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정작 경기에서 황진성은 사랑이 가득 담긴 문구를 내보이지 못했다. 선수들은 대개 후반에 들어가기 전 유니폼을 갈아입는다. 황진성 역시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언더셔츠 착용을 깜빡하고 말았다. 황진성은 골을 넣고 난 뒤 특유의 티보잉(무릎을 꿇어 기도하는 세리머니)을 하는데 그쳤다.

그래도 황진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언더셔츠를 기자회견장으로 들고 나왔다. 예상은 적중했다. 자신의 사랑을 아내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황진성은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면서도 싱글벙글이었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